멈추지 않고 스스로 토닥이기
설 연휴가 끝났다.
지난 나흘동안 편히 쉬면서 또 밀린 일을 다 처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역시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과 반대로 흘러갔다고 할까나.
밀린 일이라고는 집 대청소 이외에 한 일이 없었다.
(물론 미루던 대청소를 마무리했다는 것 자체는 뿌듯하다.)
양력으로 새해 첫날 세웠던 일일 계획은 벌써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대상포진과 몸의 만성피로가 몰려온 탓에 경황이 없었다고 해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일 명상과 일일 글쓰기까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고 손을 놓았다.
작년에 이별했다고 생각했던 타성이 다시 깜짝 방문을 한 것인지
아니면 연초부터 말도 안 되는 강행군을 계속한 탓에 무의식이 정신 차리라고 신호를 준 것인지 몰라도
설 연휴기간 동안 명상이나 글쓰기에 대한 의욕이 거짓말처럼 뚝 떨어지고 말았다.
특히 글쓰기의 경우 떠오르는 글감은 많은데 그걸 글의 형태로 옮기는 것이 너무 귀찮았다.
'이걸 써야 해, 말아야 해?', '쓰면 또 어떻게 써야 해?' 등과 같은 고민들이 연달아 터져 나왔으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며칠 쉬어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이런 이야기를 가까운 지인에게 털어놓았더니
지인은 내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고, 새해부터는 매일 글을 쓰고 업로드한다는 계획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고 했다.
어쩔 수 없었지만 그 말이 맞다고 인정을 했다.
애초에 글을 쓰고자 한 것이 매일 어떻게든 글 한 편을 억지로 뽑아내려던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을 습관화하고, 또 진정 내가 즐길 수 있게끔 하고 싶었다.
그리고 덩달아 나도 모르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글감들을 끊임없이 둘러보고, 또 다뤄보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굳이 매일 글을 써야 할 필요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매일 글을 써서 365일 연속으로 이어나가야겠다는 어떤 강박이 나를 옭아매려 하고 있음을 깨닫고 며칠 쉬어가기로 했다.
며칠 휴식기를 가진 덕분에
다시 글쓰기가 진심으로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덩달아서 며칠간 여러 방면에서 해이해지며 변화하는 나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내가 어떤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는지 작은 깨달음의 기회들도 왔다.
결국 요 며칠간의 해이함이
그 나름대로 작은 공부와 깨달음의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그 덕분에 또 새로운 글감도 얻고, 삶의 방향성에 대한 힌트도 얻었다.
조만간 그 주제에 대해서 따로 다룰 날을 기약하며
오늘은 해이해짐에도 불구하고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