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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Jan 26. 2023

받아들여라. 스스로 그러할 뿐

창문 밖으로도, 얼굴 위로도 흰 눈이 쌓이고

오늘도 아프다.

쓸 연차가 떨어져서

무급휴가를 신청했다.


밖을 보니 흰 눈이 내린다.

병원을 방문하려고 채비를 하는데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입술 주위로 흰색이 군데군데 반짝인다.

밤사이 창문을 뚫고 내 얼굴에도 흰 눈이 내렸나 보다.




한가닥 정도 흰 수염이 난 걸 며칠 전에 봤는데

오늘 보니 그새 곱절 이상으로 늘었다.


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희끗희끗해져 간다.

밀린 채무를 더 이상 틀어막지 못해서

한 번에 물밀듯이 쏟아지는 빚독촉처럼.


나이 먹어가는 것을 애써 외면하려고 했는데

건강 문제까지 겹쳐 삼십 대 중반에

철이 들고 속으로 여물기는커녕

껍데기로, 겉으로만 희끄무레 여물어가고 있다.


누구를 탓하겠나

인과관계 철저한 이 세상에서

원인과 결과

그리고 펼쳐지는 과정만이 있을 뿐


자연(自然)

그저

그 자리에서

스스로(自) 그러할(然)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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