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째 내 점심은 우동이거나 낫또 고항(쌀밥에 낫또를 얹어 먹는 방식)이다. 나는 주로 집에서 글, 그림 작업하기 때문에 점심은 항상 간단하게 해결하는데, 먹기도 간편하고 맛도 좋은 우동과 낫또는 내 단골 점심 메뉴이다. 일본에 살다 보니 식성도 점점 일본인을 닮아가나 보다.
우동은 일본인들의 소울 푸드라고 한다.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잘게 잘라진 우동을 먹고, 심지어는 아플 때도 죽대신 먹는다고 하니 얼마나 우동을 사랑하는지 알 것 같다. 일본 마트에 가면 제일 흔하고 저렴한 게 우동과 낫또이기도 하다. 다양한 맛과 크기의 낫또 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의 우동 생면과 우동 국물이 되는 쯔유, 그리고 우동에 올릴 수 있는 여러 고명들도 따로 팔기 때문에 저렴하게 구매해서 취향에 맞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오늘은 끓어오르자마자 찬물에 샤워시킨 통통한 우동면에 매운 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폰즈소스를 뿌려 한 끼를 완성했다.
나는 낫또를 초밥으로 처음 접했다. 실수로 주문한 낫또가 올려진 초밥은 매우 이질감이 느껴지고 미끄덩한 모습과 냄새 때문에 한입 먹고 다시 뱉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한국에 있는 친구가 낫또를 요즘 즐겨먹는데 너무 맛있다는 말을 듣고 순수한 호기심에 낫또에 재 도전해본 것이 낫또 중독의 시작이었다. 마트에서 사 온 낫또를 먹기 전에 '낫또 맛있게 먹는 법'을 검색했고, 레시피에 따라 계란 프라이와 잘게 자른 김치를 얹여서 떨리는 마음으로 한입 먹어보았다.
'음... 미끌미끌 진짜 이상해'
별로 좋지 않은 식감이라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아까워서 다시 한입, 또 두입 먹다 보니 어느 순간 밥 한 공기를 비웠다.
'고소하긴 하네.'
낫또 고항을 한 그릇 하고 났더니, 희한하게도 며칠밤 낫또 생각에 잠을 설쳤다.
'낫또 먹고 싶다. 내일 점심으로 또 먹어야지. 어떻게 해 먹을까?'
이제는 씹는 식감이 잘 느껴지고 진한 맛의 낫또 콩을 더 즐겨 먹고, 계란 프라이와 김치 없이 그냥 낫또만을 먹을때도 있다. 낫또 한팩만으로는 부족해서 두팩을 밥 한 공기에 섞어 먹기도 하니 이쯤 되면 낫또에 확실히 중독된 게 틀림없다.이제는 지인이 일본에 오면 스시보다 우동과 낫또를 많이 먹고 가라고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유명한 우동면은 선물로 주고받기도 하니, 여행 선물로 맨날 사가는 초콜릿이나 사케 말고 우동과 낫또 선물을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