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zzk Jun 17. 2024

빗방울/초콜릿/미로

세 단어로 여는 아침 놀이 : 무작위 3 단어를 조합해 아무 글이나 씀

초콜릿 빗방울이 떨어지는 미로에 갇혔다.


분명 이마에 까만 빗방울이 떨어졌다. 달고 단 익숙한 냄새에 빗방울을 손으로 만져보니 딱 봐도 초콜릿이었다. 사방이 하얗고 거대한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좁은 길만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길이 있다는 안도감에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그런 와중에도 초콜릿 빗방울은 계속 떨어졌고, 하얀 벽에도, 내 얼굴에도 까만 빗방울이 질척댔다.

말도 안 되는 초콜릿 비를 맞으며 갑자기 내가 이런 미로에서 헤매게 됐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마지막 기억은 어제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렀고 당충전이 필요해 초콜릿을 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초콜릿을 한 입 먹었고, 그리고는 기억이 없다.


다시 그 편의점이 나온다면 편의점 사장에게 이런 이상한 초콜릿을 팔았냐며 따질 생각이다.

아.. 무인 편의점이었나? 편의점에 가도 사장을 만날 수도 없다는 생각에 약간 화가 났다. 투덜투덜 대며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는 미로를 헤매였다. 


'보인다! 저 끝에 뭔가 보인다!'


저 끝에 보이는 것은 익숙한 편의점 간판이었다.


"여기다!"


나는 미로의 출구를 찾은 듯 기쁨에 휩싸여 편의점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편의점 앞에 도착하자, 문득 망설여졌다. 여기가 어제 내가 갔던 편의점이 맞을까? 초콜릿 빗방울이 떨어지는 미로 속의 편의점이라니..


달리 방법이 없어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익숙한 진열대와 상품들, 그리고 무인 계산대까지, 어제 내가 마지막으로 갔던 그 편의점이 맞았다. 


나는 초콜릿 코너로 향했다. 어제 내가 샀던 초콜릿 포장지의 성분표라도 읽어보려고 했는데, 초콜릿 진열대에는 포장되어 있지 않는 빗방울 모양의 초콜릿만 가득했다.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편의점 모든 상품 진열대에 빗방울 초콜릿만 진열되어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너무 오래 걸어 지쳐있던 나는 우선 빗방울 초콜릿 하나를 입에 넣었다. 그 순간, 머리가 맑아지고 또렷해지면서 어제 일하면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었던 나는 빗방울 초콜릿을 하나 더 먹었다. 내가 고민하고 있던 것들에 대한 해결책들이 머릿속에 쏟아져 나왔다.


"빨리 회사로 돌아가야 해!"


편의점 계산대에 있는 비닐봉지에 편의점에 있는 빗방울 초콜릿을 담을 수 있는 만큼 담아 편의점을 나왔다. 나와보니 거대 하얀 벽의 미로길은 사라지고 매일 걷던 퇴근길이었다.


초콜릿이 녹을까 봐 뛰어서 집에 도착했다. 하나씩 낱개로 소분해 냉동실에 넣어놓고 노트북을 폈다.

그리고 모든 아이디어를 적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