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8. 수. 퇴사 D-496
아침에는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그렇군. 내가 출근을 하는군. 창밖은 전혀 보지 않는군. 출근을 하면 휴게 공간에서 책을 읽다가 9시가 되면 컴퓨터를 켜고 영상 편집을 시작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종일 16:9의 네모 속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군. 네모가 나를 바라보는군. 나는 한 번도 네모를 바라보지 않는군. 카메라를 든다. 슛은 하였으나 골인이 된 건지는 글쎄. 연사 모드로 바꾸어 본다. 슈슈슛. 슈슈슈슛. 이게 좀 낫군. 그중 하나에는 있겠지. 그렇군 그렇군.
퇴근길에는 두껍게 껴입은 옷 안에서 내가 어느 부분인지 헷갈린다, 라는 망상에 빠진다. 나는 스웨터인가. 나는 양말인가. 혹시 나는, 사자마자 멍청하게 잃어버린 기후동행카드인가.
자취방에 도착하니 2024년 12월 도시가스 지로영수증이 잃어버린 나를 찾고 있었다.
'명의등록바랍니다'
그런데 명의는 이미 등록되어 있는 것 같군. 그렇군 그렇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