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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Feb 18. 2024

넋두리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넋두리가 한낱 불만을 장황설로 풀어놓는 것만도 아닙니다. 넋이란 몸을 거느리고 마음을 다스리는 존재라 그렇습니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넋의 소리라는 얘기입니다.

시큰둥 재미가 없습니다. 눈 빠져라 기다린 봄날이 지척에 왔는데도 그렇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람은 부드러워지고 꽃나무들은 꽃눈을 잔뜩 부풀리는 중입니다. 어느 날엔가 팝콘 터지듯 꽃망울을 터트릴 터입니다. 들뜨고 설레는 바람이 불어 가는데 나는 지켜볼 뿐입니다.

그렇구나! 툭 말 하나 던졌습니다.

"어머, 얘는? 다 그러고 살아!"

"그런가? 그렇겠지 뭐...."

굳이 반문하지 않았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라서 그랬고, 모두가 그렇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는 없지만 울대 세워가며 말을 잇고 싶지 않아 그랬습니다.

날마다 해 뜨지 않듯 날마다 재밌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희로애락에 둘러싸여 살 게 마련입니다. 누구나 고만고만한 고민을 끌어안고 살기도 하고요. 사실이 그렇더라도, 그것을 모르지 않더라도 기운이 빠지고 세상이 심드렁한 마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꾸며 만든 허깨비가 아닌데 어쩌겠어요.

말 하나 지웠습니다. 항아리 속 돌덩이처럼 마음에도 돌덩이 하나 들여놓았습니다. 속도 없이 고개 쳐드는 것들 지긋이 눌러두었습니다. 바람이 들면 낭패거든요. 장아찌도 그렇고 김장도 그렇습니다. 쓸데없는 콧바람은 군내만 풀풀하기 마련이라 그렇습니다.

지워지고 눌린 말 하나에 더는 심장 뛰게 하는 게 없습니다. 재미도 없습니다. 넋두리만 늘어놓는 날들입니다. 한갓진 마음엔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 하나가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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