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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Feb 24. 2024

나의 새벽은


저 잘난 것들이 드잡이로 깨운 새벽입니다. 시작이 그러하니 고요와는 멀찍이 떨어졌습니다. 때 맞춰 먹은 약도 소용이 없어 스멀스멀 기어오른 위산이 식도를 후벼팝니다. 쓰리고 아린 시간입니다.

"이런, 젠장...."

욕지거리 한 바가지 쏟아내고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습니다. 자릿끼 한 사발로  씻어낸 위장이 그제서야 숨을 돌렸습니다. 속이 뒤집어지고 마음엔 휑하니 바람이 불었습니다. 시끄럽고 요란한 새벽입니다. 뭐 하는 짓인지 도통 알 수는 없지만 습관처럼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속눈썹에 매달린 졸음 떨어내고서 먹물 한 방울 또르르 접시에 따랐습니다. 이것 또한 습관이고 버릇입니다. 쓴 커피 한 잔을 곁에 두고서 식기를 기다리다가 집어든 붓끝에 차갑게 식어버리기 일쑤입니다. 너무 식은 커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합니다. 너무 요란한 새벽이 그러하듯이 그랬습니다.

그런 거 아시나요?

붓끝이 너무 무겁고 찐득해서 미끄러지지 않는 순간이 있습니다. 글자 하나 쓰려다가 그만 들었던 붓을 놓아버리게 됩니다. 시끄럽고 요란해서 그렇고 먹먹하고 아득해서 그렇습니다. 생각은 태산으로 높고 돌풍처럼 순간으로 불어갑니다. 손은 꿈떠 느리고 붓끝은 천 근으로 무겁습니다. 좇아갈 수가 없습니다. 마냥 들고 있을 수가 없어서 내려놓게 됩니다.

"아, 이런 젠장!"

멱살잡이로 시작된 새벽이 주먹다짐으로 끝날 판입니다. 새벽이 고요했던 날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합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꽁꽁 동여매고 묶어두려던 것들이 일제히 봉인을 뜯고 나와 노려보는 것만 같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인 거야! 귀엣말로 속삭입니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라지요 뭐. 어쩌겠어요. 달아날 수도 없는 일이라면 요란하고 시끄러운 새벽에 앉아 대거리 한 판에 하루를 시작할 밖에요. 이래도 저래도 한 세상 살다 가는 거야 달라질 것도 없다 합니다. 나의 새벽은 그런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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