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봄 Apr 05. 2024

봄날이 아프다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에 나는 된통 앓았다. 아직도 온전히 떨쳐내지 못한 탓에 하루에도 몇 번씩 미열이 오르고 기침을 한다. 감기였는지? 코로나였는지? 알지 못한다. 지독한 오한에 며칠을 떨었고 갈비뼈가 뻐근하도록 기침을 했다. 온몸의 관절이 다 아파서 신음소리를 토했다. 지독한 봄날이었다.

무너졌다. 마음이 무너졌고 몸이 무너졌다. 때로는 뒤엉켜 서로를 끌어내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싱거운 논쟁을 벌이듯 몸이 무너져 마음도 무너진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였는지 영양가 없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결국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는 거다. 저마다 봄날의 바람은 따뜻하고 향기롭다 노래를 했지만, 나는 겨울의 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들오들 떨어야만 했다. 그게 현실이었다. 꽃 한 송이 보지 못했다. 따뜻한 햇살 한 줌 쬐지 못했다.

글 한 줄에 매달려 끙끙 앓지 못했다. 마른 수건 쥐어짜듯 꿈 하나 꾸지도 못했다. 어깻죽지 뻐근하도록 하늘을 날고 싶었지만 결국은 둥지를 박차고 날아오를 수 없었다. 두 눈을 감았고 고개를 떨궜다. 꿈 없는 나는 초라하고 비루할 수밖에 없었다. 꿈은 허영심에 반짝이는 포장지가 아니었다. 탁류에 휩쓸리며 마지막까지 움켜쥔 지푸라기가 꿈이었다. 그런 꿈마저 부질없다 생각했다. 뜨는 해도 피는 꽃도 찬란하거나 아름답지 않았다. 어느 날 너는 내게 물었다.

"요즘 뭐 하니? 아예 글도 쓰지 않고....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심드렁 대답했다. 재미가 없다고 했고 하루하루가 그저 그렇다고도 했다. 그러고는 아껴두었던 말 하나 끝내 아끼지 못하고 뱉어냈다.

"내가 그랬잖아. 너 없는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글이고 뭐고 다 귀찮아...."

호들갑스럽게 봄날이 피고 있었지만 무너진 가슴엔 찬바람이 휑하니 불었다. 지독하게 들러붙은 몸살에 오들오들 나는 떨었다. 너 없는 봄날은 그저 오가는 세월일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