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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Apr 20. 2024

하늘이 무너진 틈으로 봄비가 내렸다


잔뜩 찌푸렸던 하늘이 마침내 후둑후둑 빗방울을 쏟아냈다. 이른 오후에 시작된 비는 오후를 꼬박 채우고도 모자라 어둑어둑 저녁이 내릴 때까지 추적댔다. 그렇지만 더는 창가를 서성거리지 않았다. 빗소리에 귀 닫고 빗방울에 눈을 가렸다. 눈치도 없이 가슴팍을 파고드는 바람은 홍두깨로 내쫓았다.

호들갑스럽지 않게 비가 내렸고 지켜보는 나도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무너지고 뚫린 하늘 틈으로 봄비 쏟아진다는 데야 탓할게 무에 있으랴 싶었다. 얌전한 수면에 고약한 주먹돌 하나 날아들었을 뿐, 덩달아 고약한 물결로 화답할 이유는 없는 거였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무심無心해서 고요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다.

파문波紋 조차 만들지 못하는 수면에 소금쟁이나 한 마리 날아들까 싶기도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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