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봄 May 13. 2024

5月


5월, 하늘은 푸르렀고 신록은 더없이 싱그러웠습니다. 계절을 일러주는 꾀꼬리는 여전히 아리따운 목소리를 자랑하더군요. 소리만 잔뜩 들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뚝뚝 묻어날 것만 같은 초록에 꾀꼬리란 놈 노란 몸뚱이는 모습을 숨겨 그렇습니다. 뭐 상관없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가슴에 새겨진 꾀꼬리는 고운 목소리 하나로 충분합니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었습니다. 주말 밤을 꼬박 적시던 비가 그치고 어제는 푸른 하늘이 빼꼼히 인사를 했습니다. 흰구름 그림처럼 동무 삼고 소풍이라도 즐겼을지 모르겠네요. 너울대는 초록과 찰떡궁합이 따로 없었습니다. 맑고 투명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며 지나가면 덩달아 흰구름도 강아지처럼 겅중거리더군요. 바라봄이 좋아서 고향집 마당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휴일이라서 아이들은 코빼기도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 재잘재잘 종달새 같은 아이들이 있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텅 빈 초등학교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옛 추억이 주렁주렁 매달린 학교입니다. 아직도 당당하게 운동장을 지키고 서 있는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고사리손(?)으로 직접 심은 나무라서 그렇겠지요. 하나 둘 손때 묻은 것들이 사라지지만 아직은 제법 더듬더듬 더듬을 것들이 남았습니다.

싱겁게 미소 지었습니다. 5월은 푸르렀고 다 자라다 못해 귀밑머리 하얗게 샌 나는 아비어미 잠든 산소에 기대어 하늘 한 번 학교 한 번 번갈아 쳐다보며 싱겁게 웃었습니다. 꽃을 그렇게도 좋아라 하시던 어미는 참 고운 계절에 떠나셨구나 새삼 느끼게 됩니다. 기일이었습니다. 날씨만 사납지 않으면 온 형제가 모여 소풍을 즐깁니다. 다 어미의 은혜입니다. 부는 바람이 고맙고 예쁜 하루였지요. 5월은 그래서 더욱 곱고 예쁜 계절로 기억하게 됩니다. 그렇게 가슴에 담아두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