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고

by 이봄

가을비 매몰차게 가슴을 후비면

나는 또 상대도 없는 싸움에

투닥투닥 멍울이 든다.


오라는 곳 없어도 갈 곳 많다던 그는

허풍선 하나 등짝에 매달고서

어디를 날고 있을까.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길엔 추적추적

비 내리고 짧은 처마에 기댄 나는 행여나

담뱃불 꺼질까 손바닥 우산처럼 펼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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