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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조 Jul 28. 2016

[대림창고]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성수역 카페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왜 사세요?"라고 받은 질문도 한 몫했다.

"네 잘못 아니야."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주변 사람이니까 당연하게 말했을 터였다.

사실 내가 자책했던 이유는, 그것이 가장 쉽고 간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또다시 말한다. 사람이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결국 나는 잘못을 나에게 묻는 것으로 선택을 대신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나를 변화시키는 것 밖에 없기에. 

이런 나를 보는 너도 힘들었을 텐데…

원래 가기로 했던 곳 대신 집 근처 대림창고로 함께 가주었다. 



성수역 3번 출구에서 내리 걷다 보면 대림이라 적혀있는 공장규모의 창고가 나온다. 90년대까지 물류창고였고 최근까지는 정미소였던 외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사무실이라고 투박하게 적힌 건물 외간을 지나 입구로 갔다. 주말은 사람이 많아 음료 한 잔 가격이 포함된 입장료 만원을 지불하고 들어갔다.

 


패션 브랜드의 런칭쇼를 할 수 있는 규모의 공간임에도 우선적으로 키넥트 아트 작품의 규모가 공간을 압도했다. 움직이는 작품이 잠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떠오르게 했다. 



높은 지붕과 공간감에 성수동 거리보다 오히려 대림창고 안이 더 트인 기분이 들었다. 왼편엔 갤러리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계산대는 주문하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창고의 맨 끝은 거대한 모빌과 함께 정원이 있었다. 아이들이 한편에서 모래장난을 하고 나무가 있었고 유리 지붕을 뚫고 햇빛이 전시된 구두까지 이 모든 것을 밝혀주고 있었다. 



바로 옆 쪽 레스토랑과 이어진 공간이 있었다 



오픈 키친의 분주함이 공간의 생기를 더했으며 미술작품과 조명이 조금 전 카페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연출해주었다. 



작가를 구한다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은 벽면 옆으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을 살짝 보이고 1층과는 다르게 한결 조용해진다. 2층 한중간에는 15명은 충분히 앉을듯한 큰 테이블과 난로가 주는 투박한 느낌에 산속 별장에 온 기분이 들었다. 



창문으로 방금 전까지 내가 있었던 공간을 내려다보니 묘한 기분이 든다. 저속에 속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고 크게 보였던 것들이 작게 보였다. 멀리서 보면 객관적 시각을 가지게 된다. 마치 요즘 내 마음 같다. 나는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2층에서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옥상으로 도착한다. 덥고 텁텁한 공기가 나를 감쌌지만, 차 소리와 매미소리에서 생기가 느껴져 불쾌하진 않았다. 옥상 한편에는 귀여운 작은 꽃과 호박이 자라는 모습과 대림창고의 지붕을 보는 재미도 소소히 있었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맥주를 마시며 양정욱 작가의 작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양정욱 작가는 주변 일상적인 것들을 관찰해 얻은 감정과 생각을 움직임과 소리로 표현한다. 어렵지 않고 친절하게 소통하려는 그의 노력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곳곳에 작품이 있었다. 모든 곳이 예술이자, 이 공간 자체가 작품이었다. 



작품의 쇳소리,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말소리, 커피머신 작동 소리는 생기 있고 활기찼다.

"꼭 살아있는 공간 같아."

평소처럼 꼭 안아주는 대신 너는 말했다.

"세상 모든 명조라는 사람 중에 네가 가장 명조다워."

그 말은 그 아이가 나에게 해준 그 어떤 말 보다도 위로가 되었으며 감동적이었다. 너는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었다. 너에게 사랑받으며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이전 사랑과는 다르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나다운 행동을 하도록 나 다운 모습 이도록 노력하게 했다. 



"누군가 다시 나에게 왜 사세요?"라고 묻는다면,

사는 것을 선택했다고 답할 것이다. 사는 것은 내 선택이기에 내 선택에 책임지며 살겠다고 덧붙일 것이다. 세상은 변하지 않아요.라는 핑계를 대며 나를 자책하고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 내 기준으로 나 답게 성장하기 위해 변할 것이다. 



세 번째 성수동 공간, 대림창고는

대림창고답게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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