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조 Jul 11. 2016

[JAJU] 만나기로 한 그 사람이 오지 않을 때

신사역 편집샵

"어디야." "명조야, 지금 가고 있어."라고 말하지만 목소리 건너편 미세한 TV소리 들리는 걸로 봐선 보나 마나 아직 집이다.

".. 또 거짓말하지?..얼마나 걸려?"

"30분 안에 갈게." 웃으며 말하는데 정말 얄밉다.



화내고 싶지 않아 한숨 한 번에 꾹 참고 전화를 끊었다. 갈 길은 잃었고 신사동 가로수길 입구 많은 인파에 치여 짜증이 났다. 30분이라니.. 너무도 애매한 시간인데다 30분 안에 올 리 만무하다. 카페에 가긴 애매하고 가로수길을 걷자니 주말이라 사람이 너무 많았다.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나 싶어 헤매던 게 2분 정도 지났을까 눈에 띄는 곳을 발견했다. JAJU라고 적힌 회색 건물이었다. 자주라면 이마트에서 본 자연주의? 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 회색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는 화이트와 그린톤 의 가든 분위기가 느껴졌다. 내가 알던 이마트 내부에 있던 자주와는 다른 자주의 분위기였다. 주방용품부터 리빙 제품, 문구류까지 다양한 제품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있었다. 큰 공간 하나에 여러 테마의 작은 공간이 쪼개어져 있어 여러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 같았다.



6월.. 1층 가득한 피크닉 제품들을 보니 당장이라도 한강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특이하게도 벽면에 세면대가 있어 손을 씻었다. 시원한 물줄기에 손을 씻는 것만으로 텁텁한 기분이 가신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지나 디퓨저 코너가 가까워질수록 베르가모트 향기가 진해졌다. 집 모양의 계산대 인테리어와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직원은 너무나도 귀엽게 잘 어울렸다. 문구류에서 앙증맞은 카드 한 장을 집어 들어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으로 올라가자 찡긋 웃음이 나왔다. 손바닥 2개 크기의 아이들 옷부터 액세서리, 축하파티 용품들이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었다. 잠시 아이들이 노는 모습, 생일파티하는 모습이 상상되는 공간이었다. 1층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공간장식을 보며 3층으로 올라갔다.

청량감이 느껴지는 초여름 같은 BODY & BATH 코너와 포근하게 어우러지는 BADDING 코너를 보니 이 건물 전체가 "행복한 가족이 살고 있는 집"에 놀러 온 것 같았다. 3층을 둘러보며 인테리어가 편안함을 준다는 것은 포근함과 자연스러움, 규칙 적임 같은 것들의 어우러짐이 아닐까



돌아가 2층과 1층을 지나 지하 1층으로 가자 "행복한 가족이 살 것 같은 집"의 부엌이 있었다.

패턴 그릇부터 베이킹 도구까지 이미 누군가가 식사 준비를 해놓은 것 같은 테이블 세팅, 특이한 와인잔과 커틀러리 내가 사랑하는 주방용품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시간은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자주 덕분에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은 기다림이 되었다. 마침, 친구에게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고, 얄미운 친구에게 주는 얄미운 선물인 알람시계와 나를 위한 클래식한 아이스크림 볼을 구매했다. 곧 다가올 더운 여름날 선풍기 앞에서 새로 산 아이스크림 볼에 나뚜루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을 상상을 하니 올해 유난히 덥다던 여름이 살짝 기다려졌다.



자주 B1F에서 1F으로 가는 계단 벽면에 보면 재미있는 글귀가 있다. 가까운 공원에서 자전거 타기, 모르는 사람과 얘기 나누기, 버스 타고 무작정 가보기 같은 어렵진 않지만 시도해보기 불편한 것들이 일상의 생기를 불어넣어 줄 것 같았다.



요즘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정말 감사하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일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 되었다. "나 좀 내버려 둬"라고 무너지기도 하고, 제발 이 시간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던 일상의 연속이다. 행복은 일상에 있다. 행복하려면 조화로운 일상이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 혹은 작지만 새로운 도전이 나를 생기롭게 한다.


JAJU는 일상의 균형(:행복) 같은 공간이다.



명조체공간 미리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빌즈] 분위기 좋은 곳에서 소개팅 할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