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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조 Jul 21. 2016

[빈브라더스] 취향을 만나고 싶을 때

강남역 카페

미루던 업무의 마감일이 내일로 돌아왔다.

억울한 것이 오늘이 올 때까지 놀았던 것은 아니다. 이미 어제도 밤샘 업무에 시달리던 터였다.

기간을 연장해달라 할까 찰나로 생각했지만 일주일 동안 도대체 뭐했니?라는 과장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 고개를 내저었다.

지난번에 갔던 413프로젝트에 가서 작업할까 했지만 


아니다.

오늘은 좀 더 해지고 싶다. 


기본 3잔의 아메리카노를 들이마셔야 할 오늘이란 것을 알기에 강남역으로 향했다.

강남역 11번 출구로 나와 담배 골목을 지나 같은 방향 GS25 편의점 골목으로 들어가면, 오늘의 공간 빈브라더스가 나온다.

"빈브라더스"는 서브 스크립션(정기구독)으로 원두를 주문하던 곳인데 헤드 로스터가 로스팅한 제임스가 딱 내 취향이다. 빈브라더스는 카페도 자주 가는 터라 익숙하게 2층에서 주문 대신 3층 자리 확인부터 했다.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창가 개인 자리가 남아있다. 



짐을 놓고 2층으로 내려가 플랫화이트를 주문했다.

"플랫화이트, 블랙수트로 주세요."

오늘은 진해지고 싶은 만큼 4가지 원두 중 넛티함이 느껴지는 묵직한 맛의 블랙수트 원두를 선택했다. 



커피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카페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중하는 분위기와 녹색의자, 개개인을 위한 적절한 조명 덕분에 업무에 금방 집중할 수 있었다. 일하던 중간 내가 마시던 커피는 금방 떨어졌지만 드립 커피로 리필할 수 있었다.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를 기다리며 잠시 머리 식힐 겸 공간 곳곳에 있는 책을 읽었다. 



리필을 2번 더하는 동안 해야 할 업무는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왜 성취감 있어야 할 마음엔 허무함이 내렸을까.

멍하니 창 밖을 보고 있는데 검정치마의 EVERYTHING 음악이 흘러나오자 책을 읽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아날로그 캐비넷 북스(전 교보문고 북 디렉터인 조성은 디렉터가 큐레이팅 한 편집 책장)로 향했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마스다 무네아키부터 알랭 드 보통, 우디 앨런 등 여러 카테고리로 큐레이팅 된 책들을 보고 있자니 쇼핑하듯 기분전환이 되었다. 하나둘씩 여러 권의 책을 집다 보니 어느덧 책의 무게감이 팔로 저릿하게 느껴졌다. 자리로 돌아와 책들을 훑어보다 보니 책들의 공통점이 보인다.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마케팅에 관심이 부쩍 늘었구나 생각했다. 



사실 꽤 복잡한 생각을 하는 요즘이었다. 많이 불안했던 나는 불안함을 해소하고자 바쁜 일정으로 스스로를 학대했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기분에 취해 있었다.

해소될 줄 알았던 불안함은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중요한 것을 놓친 채 생각 없이 끌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함으로 찾아온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니 울고 싶어 졌다. 좋아하던 커피는 피곤을 견디기 위해 마시고, 자주 듣던 음악은 시간 활용을 위해 포기하며 스스로를 사랑하며 돌봐주지 않았다. 



취향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나는. 사람들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무수한 노력들을 한다. 그 노력을 나누어 나에게도 주자. 꼭 커피가 아니어도 좋다. 책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분명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취향일지라도 내가 흥미로운 것을 알아주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나는 나를 사랑해주고 있는 것이다.

빈브라더스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을 좋아하니?" 



빈브라더스는 취향[趣向]이 모인 공간이다. 나를 사랑해주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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