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믿기지 않지만 한두 편의 시를 적으며 배고픔을 잊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나보다 계급이 높은 여자를 훔치듯 시는 부서져 반짝였고, 무슨 넥타이 부대나 도둑들보다는 처지가 낫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외로웠다.
푸른색.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더럽게 나를 치장하던 색. 소년이게 했고 시인이게 했고, 뒷골목을 헤매게 했던 그 색은 이젠 내게 없다. 섭섭하게도
나는 나를 만들었다. 나를 만드는 건 사과를 베어 무는 것보다 쉬웠다. 그러나 나는 푸른색의 기억으로 살 것이다. 늙어서도 젊을 수 있는 것. 푸른 유리 조각으로 사는 것.
무슨 법처럼, 한 소년이 서 있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나는 그래
나를 위한 외로움은 서늘하다.
징한 미소 한 줌에도 은연중에 퍼져있는 서글픔이기도 하다.
입가에 경련이 이는 순간이 잦았다는 말이기도,
마음에 패인 자국이 어느새 길이 되는 과정이기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추억을 곱씹듯이
사람들은 본인도 모르게 놓친 첫 번째 마음을 찾는다.
순수했고, 고독했고, 당연히 열정적이었으며
그래서 더욱 나밖에 몰랐던,
내가 나이기를 결정한 순간 가장 먼저 나를 만들어버린
그 마음.
충만함이 흘러넘쳐도,
끝날 줄 모르는 허우적댐을 멈출 수 없어도
내일을 고대하는 이유를 당연히 내놓았던
그 마음.
'사과를 베어 무는 것보다 쉬웠'던,
빈 병의 나를 채우는 나를 떠올린다.
첫 번째 마음으로도 충분했던 나를 그려보며
서늘한 웃음을 지으며
즐거운 촉감을 느끼며
결말이 아닌 과정이라, 믿으며
시인이 말하는 '무슨 법처럼'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