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래
거울을 보지 않는 사람은 거울만 보는 사람과 같다.
저 깊은 음울에 숨은 나를 꺼내기 주저하는 일과
눈을 감아도 다 환히 보이는,
심장마저 투명한 나를 환영하기 바쁜 일이 똑같듯이.
그럼에도
그 모든 뒤척임은 그림자의 그림자로 스며든다.
무차별하게 또, 혹독하게 전신에 새겨지는 새로운 이야기, 들.
거기서 툭툭 떨어진 눈물방울들이
그간의 어둠의 어둠을 만나,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와,
예술이라 하고, 삶이라 하고, 살아남았다 하고.
동시에 동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욕망을 접었구나'를 반복하며
'살기 위해 어둠에 길든' 것들.
곧 소멸을 소멸이라 칭하지 않는 것들.
과거이자, 과거의 과거이자,
더 멀리 떠난 시간, 감히 가늠할 수 없는 날들.
흔적이자, 외로움이며 어지러움.
어디에 있는가. 어디쯤 멈춰 서 있는가.
도망치는 중일까, 떠나는 중일까.
동굴에서 웅크리고 밖을 보면 안다.
반대로 동굴에서 나와 동굴을 봐도 알 수 있다.
모든 결말은 정해져 있음을.
해서 선택한다. 내 일부를 남겨두기로.
또 일부를 보내기로. 이도저도 아닌 결정 없이
'빛을 바라보면 왜 어지러운지 알 것' 같은 순간을
이따금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