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키를 가진 비행기 처럼 되길
2022년을 시작하면서, 뉴러너클럽 지난 시즌에서 돈키호테를 배우고 나서 내 마음에 있는 이야기들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간 줄곧 생각만 했던 것, 해외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 하지만 나는 부족하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이 두려움들을 뒤로하고 지금이 아니면 해보지 못할 것 같아서 조금씩 도전하고 있다.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내 영어 실력은 형편 없었고, 해야할 것이 많았다.
‘뭐 좋자고 이렇게 사서 고생이지.’, ‘일 끝나고 쉬지도 못하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 많았다. 심지어 엄마도 ‘그냥 인생 좀 편하게 살아~’라는 말을 했으니까.
그럼에도 진짜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쉬고 싶어도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그 기쁨을 상상하며 버텨오고 있는 것 같다.
근데, 지금은 이 열망 하나로 앞으로 나가고 있는데, 사실, 이 방향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모든 일을 100%의 확신을 가지고 시작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까지 했는데, 가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어떡하지?', '사실은 나는 데이터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오히려 콘텐츠, 브랜드 마케팅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내가 좋아하는 일과 더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유학을 갔다오면 내가 정말 행복할까. 내가 살고 싶던 삶이랑 더 가까워져 있을까? 남자친구는 어떡하지. 가면 그래도 3~4년 정도는 있을 텐데 우리 관계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이어령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방향을 잡지 못해서 뜨기는 했지만, 아직 날지 못하는 비행기 같았다.
서구의 방식처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만 보고 지금 내 인생은 돌보고 있지 않은 느낌. 중요한 가치들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
어떻게 보면, 사실 나는 내 인생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좋은 환경에서, 정말 업무적, 성품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이랑 업무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어쩌면 충분히 성공한 삶, 행복해보이는 삶, 누릴 것 다 누리는 삶인데, 이 삶을 30대나 되어서 박차고 나갈 생각을 하는 나는. 복에 겨워서 아직 뭘 모르는 것은 아닐까. 나가고 나서 퇴사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지는 않을까.
그럼에도 내 머릿 속에 해외에 대한 생각이 드는 이유는, 해외에서 인생을 경험해보고 싶은, 오롯이 내 자신 때문인 것 같다. 분명 새로운 곳에 가면 더 힘들 테지만, 모든 인생은 가치가 있고, 꼭 탄탄대로만 좋은 인생이 아닐 수 있다. 9번 혹은 이보다 더 접힌 굴곡이 많은 인생일지라도, 그만큼 나중에 '아 이 정도면 나 인생 잘 살았지. 많은 경험 해봤지. 후회 없지.' 하고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그 굴곡만큼 나만의 인생 스토리를 만들 수 있고, 이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꼭 인지하고 있어야 할 부분은, 목적에 목표에 매몰된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내가 방향을 가지고 스스로 날 수 있는 동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측면에서 지금 내가 계획하고 있는 방향이 과연 내가 원하는 방향일까, 맞는 방향일까 고민이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