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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 중심' 교육으로 기득권 깨야

[21.6.16. 세계일보 사이언스프리즘/내 글]

기존 커리큘럼 기득권층 막강
기술 발전 따른 교육 변화 더뎌
글로벌 이슈 해결 능력 갖춘
미래세대 육성책 마련 시급


우리나라의 연구자 1인당 연구개발(R&D) 예산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동차에 쓰이는 전용반도체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고, 신재생에너지나 전기자동차 도입이 부진한 편이다. 백신을 하청생산하는 기업은 여럿 있지만 백신 개발에 뛰어들어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연구개발의 양적 팽창은 단기간에 이루었으나, 정말 인류가 필요로 하는 핵심 기술 역량에서는 부족함이 많다.



더욱 암담한 측면은 교육에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이지만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는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 중 하나다. 교육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디지털은 앞서가고 있을까. 최근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는 한국인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을 즐기는 초중등 학생은 많지만, 게임을 어떻게 즐겨야 과의존하지 않고 소기의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교과는 없거나 부실하다. 화상 채팅을 이용하는 청소년은 많지만, 거기에 존재하는 피싱이나 사기에 속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은 없다. 단지 청소년의 스마트폰, PC사용을 통제하는 앱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부모와 학교의 눈길을 피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중고 거래 사기를 당하거나, ‘몸캠피싱’을 당하거나, 스팸 문자를 클릭했다가 용돈을 다 털리곤 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의 정보기술 교육은 뒤처져 있는 걸까. 바로 교대, 사범대학의 커리큘럼에 수십 년간 존재해온 과목들이 가지고 있는 뿌리가 너무 단단하기 때문이고, 그런 과목들에 기대어 살아온 수많은 기득권층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로운 정보, 디지털 관련 교과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얼마나 가르치느냐보다, 무엇을 가르치느냐에 있다. 이제 2년마다 전 세계의 정보량은 두 배로 늘어난다. 과거 수십 년간 생성될 정보가 이제는 수개월이면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이러한 정보과잉의 시대에서 우리는 정보를 고르는 안목과 다양한 정보를 통해 얻는 넓은 시야를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주어진 지식을 단기간에 암송하는 능력으로 학생들을 평가한다. 학생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 말하는 데 두려워하도록 키워지고 있다.



과학기술 정책과 교육 정책은 서로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지식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연관이 있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통해 엄청난 교육열로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입증했다. 지식의 보편화를 통해 문맹을 없애고 또래의 7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사회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짜정보를 진짜와 비교해서 가려내는 능력을 갖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말로, 글로, 음악으로, 예술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꾼을 길러야 한다. 그러한 이야기는 결국 다양한 지적 경험에서 나오며, 자신의 선호와 취향에 따라 기존의 지식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마음껏 만들어보는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과학기술 정책이나 교육 정책이나 수요자 중심으로 사고해야 기득권의 벽이 깨진다. 수요자는 누구일까. 현재 학교를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일 수 있겠다. 하지만, 더 중요한 수요자는 지금의 학생을 미래에 고용할 기업과 공공기관과 그들에게 투자를 결정할 투자자와 시민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현재 기득권의 고리를 내려놓고 미래 세대를 위한 다리를 놓는 마음으로 과학기술과 교육을 다뤄야 한다. 2019년 그레타 툰베리라는 소녀가 유엔에서 미래세대에 대한 어른들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기후변화, 신재생에너지, 빈부격차 등 글로벌 이슈를 해결할 디지털 세대를 기르는 교육정책과 과학기술 정책을 가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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