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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술의 향방 (부제: 축복이냐 재앙이냐)

[2020.9.2. 세계일보 사이언스프리즘/내 글]

전기차·드론·로봇 등 첨단기술
난제 해결하는 역할을 넘어서
인간과 교유하는 단계 이를 것
축복될지 재앙될지 안갯속에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극명하게 나뉜다. 비토하는 측에서는 테슬라 차량의 단차와 초기품질 문제가 100여년 역사를 가진 자동차 기업들의 조립, 설계 노하우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생겼다고 본다. 또한 현재 테슬라가 구현하는 자율주행은 엄연히 레벨2 수준인데도 마치 완전 자율주행을 구현한 것처럼 소비자를 오도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과거 슈퍼카에서나 가능했던 제로백과 부드럽게 작동하는 자율주행 기능, 그리고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열광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테슬라의 주가가 과연 전기차의 완전한 대중화와 테슬라의 자동차업계 제패를 낙관하고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급증하는 생산 대수만큼이나 빠르게 성장하는 테슬라의 팬덤은 이 새로운 기업이 변화하는 기술환경의 상징이 되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변화의 상징은 드론이다. 네 개의 프로펠러가 보장하는 안정적인 체공능력을 갖추고 기존의 비행체가 비워 놓은 저고도 영역을 자유로이 활공하는 이 기기는 이제 인명구조, 화재진압, 물건배송은 물론 사람을 태우고 날아오를 수 있는 교통수단의 의미까지 갖게 되었다. 지금은 별로 쓸모없는 건물의 옥상이 앞으로 드론 교통이 활성화되면 건물의 핵심위치로 바뀔지도 모른다. 폭우, 지진 등 각종 자연재해 상황에서도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는 지역을 샅샅이 수색해 사람을 구조할 수 있는 드론의 역량은 이제 그 뽐내기를 시작한 단계에 불과하다. 평창올림픽에서 밤하늘을 수놓은 1218대의 드론은 아주 아름다웠지만, 철새떼가 보여주는 자기 조직화 역량을 이 새로운 기기가 습득하게 될 때 인간을 감시하고 파괴하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든다.



생명공학의 비약적 발전 역시 주목된다. 이제 인간의 유전적 장단점을 분석하고 질병이 일어날 확률을 예측하여 예방조치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침 두 방울만 용기에 넣어 보내면 내 조상이 북방계인지 남방계인지도 알 수 있다. 신체의 기관 중 일부가 작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제 거부반응이 없는 본인의 조직 일부를 배양하여 새 걸로 갈아끼울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100달러 남짓이면 개인의 게놈을 샅샅이 분석해주는 서비스가 상용화된 지 오래다. 이제 질병을 미리 회피하고 이미 발생한 질병에는 원인이 되는 국소만 정밀치료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컴퓨터 지능과 정밀 제조기술의 결합은 인간관계의 공백까지 파고들기 시작했다. 10여년 전 단종되었던 애완견 로봇 소니 아이보의 열성적 이용자들은 아이보가 작동하지 않자 장례식장에 봉안하기도 했다. 마치 아기처럼, 마치 애완견처럼 아이보를 애지중지했던 팬덤은 결국 2017년 아이보 재생산 결정까지 끌어냈다. 1999년에서 2006년까지 팔렸던 아이보 15만대는 인간도 기계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먼 곳에 살며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 자녀보다 가까이서 나와 함께 노래 부르고 놀아주는, 배터리로 동작하는 로봇 친구와의 교유는 많은 외로운 사람들에게 상당한 충족감을 주고 있다.


인간의 난제를 해결해 주던 첨단기술은 차츰 인간에게 스며들어 이제 인간의 일원처럼 자연스럽게 교유하는 단계에 이를 것이다. 내가 소통한 상대가 인간인지 로봇인지 알 수 없으면 통과라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인공지능과 로봇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내가 지금 통화하는 상대가 사람인지 인공지능인지 알 수 없는 그때가 오면 우리는 묻게 될 것이다.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다움은 무엇인가? 그리고 기계가 인간다움을 분석해서 스스로를 인간처럼 바꿔 버린다면, 우리는 어떤 근거로 그 기계의 존엄을 거부할 것인가? 미래기술의 향방은 아직 짙은 안개 저편에 있다. 그리고 이 짙은 안갯속을 우리는 숨죽이며 항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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