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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을 강점으로 전환시키는 안전기술

[22.5.10. 전자신문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3)/내 글]

이제 선진국 문턱을 넘은 우리나라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바로 안전사고다. 2019년 현재,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2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에서 여전히 상위권이다.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세종시가 2.01명으로 가장 낮은 반면에 일부 시·도는 12명을 넘고 있다(2020년).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시행 등 제도 정비와 교통안전시설 확충으로 어린이 교통사고가 줄고 있다는 보도도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요즘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사고에 무관심했던 산업계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2020년 이천 화재사고는 38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으며, 여전히 사람보다는 돈이 우선인 가치관으로 말미암아 인명은 경시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은 바로 건설업이며, 사고사망자의 절대다수는 주로 떨어짐(낙상), 낌, 부딪힘, 물체에 맞음 등이 차지했다. 이 가운데 떨어짐 사고 비중은 50%가 넘는다. 이렇듯 데이터로 본 우리의 자화상은 여전히 안전사고에 취약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창피한 기록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필자는 안전사고 예방, 감지, 대처에 관한 대대적인 기술 개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가까운 예를 들어보면 코로나19에 대한 전 국민의 총력 대응에 힘입어 우리는 세계 최저 수준의 사망률을 달성했다. 여기에는 마스크 생산량 부족에 직면한 민간의 대대적 투자와 생산기술 혁신이 크게 기여했다. 또 마스크 구입과 감염 위험 지역 확인을 위한 앱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서 공유한 참여 정신이 빛났다.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이 어디로 가서 언제 맞을 수 있는지, 잔여 백신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있는 서비스가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됐다. 국민들이 자신의 접종 이력을 증명할 수 있는 인증서비스가 제공돼 학교, 식당, 공공기관, 직장 등에서 널리 사용됐다.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한 병원도 지도상에 일목요연하게 표시됐고, 이를 이용해 사람들의 쏠림현상이 완화됐다. 팬데믹의 파도가 몰아칠 때마다 적시에 관련 IT 서비스가 나타나 커다란 방파제 역할을 해 줬다.


앞에서 언급한 교통사고, 산업재해에도 우리는 절박한 마음으로 도전해야 한다. 정부도 연구개발 예산을 특정 산업에 중복 지원을 하는 것보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연구기관, 연구자에게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 안전기술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역전의 영역이다. 불과 3년 전 일본이 불화수소·불화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등의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하자 우리 정부는 국내 주요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현황을 직접 조사했고, 추경을 통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연구개발 예산을 신속히 지원했다. 또 성능평가, 실증지원 등에 팔을 걷어붙여 기업들이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안전기술 영역에서도 안전사고 예방에서 신속 감지, 사후 처리까지 다양한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모든 기기가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에 사람보다 더 빠르고 유연한 로봇이 안전사고 위험 지역에서 인간의 생명을 지켜주고, 착용 시 편안하고 가벼운 안전 장구가 떨어지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면 우리의 가족과 이웃이 허무하게 스러지는 비극을 줄일 수 있다.



냉혹한 분단 현실이 국방산업의 중흥을 일으켰듯이 안전사고 후진국의 불명예를 이겨내기 위한 안전기술 개발은 우리에게 인명 보호라는 값진 선물을 안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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