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을 찾는다. 내가 배워야 할 곳이기도, 가르칠 곳이기도 하다. 낡은 엘리베이터는 수직으로 솟다가 수평으로 움직인다. 걸어서 계단을 통과할 때도 있다. 계단이 중간에 끊겨 철 난간만 남아 있을 때도 있다. 천신만고 끝에 복도를 지나 교실에 들어가면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 참기 힘든 낯선 눈길로 나를 쳐다본다. 과제는 리셋되고 처음부터 비슷한 과정을 반복한다.
도피해야 할 일의 반복이다. 위험지역을 벗어나고자 열심히 뛰면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나온다.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비행의 연속이다. 쫓는 자들도 열심이다. 그들은 무기를 들었고 사나운 개도 부린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바닷속을 통과하여 다시 하늘로 솟아 올랐을 때, 비로소 깨닫는다. 내가 유영하던 곳은 조금 큰 새장이었을 뿐. 나를 쫓던 개의 커다란 이빨이 뒷목에 들어온다. 이를 피할 방법은 처음부터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과제와 소외, 도피와 날개, 자유와 새장은 오랜 꿈의 풍경이었다. 꿈은 꿈(dream)이어야 하지 않나? 꿈 속에서 현실보다 무거운 과제에 시달리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꿈에서 소모한 체력은 현실에도 영향을 준다는 착각이 힘들다.
그러다가 어느날, 아마도 평생 딱 한 번, 꿈에서 평온을 찾은 적이 있었다. 안개가 자욱한 호수에서 조각배를 타고 있었다. 온몸이 습기에 쌓였다. 짙은 안개는 나를 보호하는 벽 같았다. 배는 느릿하게 움직였고, 나는 지극히 평화로왔다. 이 시간이 길어지길 바랐다. 물론 2편은 교실을 찾아 헤매거나 날다가 그물에 걸리는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