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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따비 Mar 29. 2017

15. 적게 들을 자유

페이스북 - 뉴스피드

정말 오랜만에 페이스북을 들어갔다가

역시나, 또야? 하고 말았다.


뉴스피드의 맨 첫 장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지인의 프러포즈 소식이었다.

낭만적인 사진과 보란 듯이 태그 한 고급 레스토랑.

자랑을 아닌 것처럼 가장했으나 그 의도를 아니 느낄 수 없었던 몇 마디의 글.

축하해줄 일이다 생각하면서도 괜스레 쳇, 하게 되는 것.


왜 페이스북에 의한 경험은 늘 이런 식일까.

몇 년 전 여기와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 페이스북 앱을 지웠다.


출처: ZDNet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취업준비생인 나이가 되자, 친구들 사이에는 "이제 페이스북 안 한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과거 일상을 공유하고 정보나 재미난 것들을 공유하기보다 '나 이렇게 잘났다'를 널리 알리는 플랫폼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의 뉴스피드는 지인들이 올린 '최종 합격' 인증 글들로 넘치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나름의 높은 자존감을 자부하며 내 길을 묵묵히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친한 친구든 조모임 일원이었든 저 혼자 대기업에 합격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마주하는 건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다. 목표를 향한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답답하고 작아진 마음을 어쩔 수가 없던 것이다. '남이 뭐라든 내 갈 길 간다'가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남이 뭐라든 마주치지도 않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즐거운 경험이고 싶어 사용했던 공간에서 들어갈 때마다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큰 고민 없이 페이스북 앱을 지웠다.


그러고 나서 가끔 들어가 볼 때가 있었지만, 매 번 상황은 같았다. 내게는 여전히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했다는 불안함이 내재해 있었고 그곳엔 취업 소식에 이어 결혼 소식까지 더해지기 시작했다. 그곳에만 들어서면 멀쩡하던 내 존재를 그들과 계속 비교하고 있었다. 나만 빼고 사람들은 너무 잘 살고 있어 보였고 마음 한구석이 시큰해져서 페이스북에 접속한 걸 후회하곤 했다. 내 삶과 길에 큰 고민 없이 만족하며 정진하고 있을 때에도 이상하게 그 경험은 비슷했다.



# 남들의 소식은 궁금하지만, 빠짐없이 항상 궁금한 것은 아니다.


SNS에는 누군가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올라오지 않는다. 대개 남들에게 보여줘도 괜찮은(부끄럽지 않고 자랑하고 싶고 회자되면 좋을) 이야기만이 뉴스피드에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그걸 보고 있는 나는 차마 남들에게 미주알고주알 다 얘기하지 못할 어려운 순간들을 더 많이 안고 살며, 내게 일어나는 기쁜 일보단 나쁜 일을 더 잘 기억하고 크게 느끼는 보통의 사람이다. 그들이 올린 글 역시 그들 나름의 힘든 삶 속에서 오랜만에 밝게 빛난 사건일 가능성 크다. 하지만 내 눈엔 뉴스피드 가득한 행복의 기운들만 보인다.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게 들리는 것도 아니다.


어려운 문제다. SNS에서는 모두가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사람의 인정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SNS가 만인에게 자유로운 내용으로 열려있는 한, 누구나 보여주고 싶은 정보만 펼쳐놓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로 인한 SNS 경험이 꼭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제시해보고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남들의 소식은 궁금하지만, 빠짐없이 항상 궁금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SNS의 빠르고 넓은 전파능력을 때때로 정지해놓고 싶을 수 있다. 심지어 지인과 관련해서도 말이다. 그것이 거듭되면, 나의 경우처럼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결과까지 낳게 된다.



# 적게 들을 자유



SNS를 사용한다면 피할 수 없는 문제일까. 사실 이건 공급자나 소비자나 다를 게 없다. 뉴스피드 게시물이 올리고 싶은 것들로 이뤄진 것처럼, 이를 소비하는 독자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은 마음이다. SNS에 '마이너스' 기능을 넣게 되면 어떨까. 그 단어가 들어간 글은 피드에서 숨겨진다면 말이다. 취준생들은 '합격'이란 문구를, 서른을 훌쩍 넘긴 미혼 남녀는 '결혼'이란 문구를 넣을 것이다. 개인이 받게 되는 소식은 훌쩍 줄겠지만(양적으로 다양성으로도) SNS 사업자들은 유저들의 이탈을 일부 막을 수 있는 전략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기능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도 존재할 것이다. 그것은 SNS의 본질을 건드리는 시도일까.


'마음껏 말할 자유'에 대비되는 '적게 들을 자유'를 생각해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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