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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따비 Mar 31. 2017

16. 'MY피드'를 옮겼다.

네이버 메인의 큐레이션

카카오만큼 내 '삶'이 된 앱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네이버다.



# 하나의 문화 생태계, 네이버


뉴스나 정보를 얻고자 할 때 네이버 앱을 누르는 것은 거의 자동화된 명령에 가깝다. 대다수에게 '검색=네이버'라는 등식이 자연스워진지도 오래다. '네이버 메인뉴스'라는 단어 자체의 힘 역시 어마어마하다. 물론 카카오 채널에서도 뉴스나 각종 정보들을 제공하는데, 두 플랫폼 간 경험의 차이란 게 있다. 카카오를 통한 활동은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지는 반면 네이버는 정보의 '정통 보고'의 느낌이랄까. 오랜 습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네이버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을 때 전형적인 통로를 거쳤다는 안정감도 작용하는 것 같다. 평소엔 잘 인지하지 못할 만큼 무의식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저런 플랫폼들이 흘러 넘치지만 매일 네이버를 찾게 되는 습관은 건재해왔다. 중요한 뉴스를 듣고 정보를 얻기 위해 네이버를 통하는 것은 마치 우리 부모님 세대가 9시만 되면 KBS 뉴스를 시청하시는 습관과도 비슷해 보인다.


물론 네이버의 검색 시스템이 전부는 아니다. 구글에 비하면 네이버의 데이터 규모는 소량이겠지만, 포털에 머무르는 이유가 그저 데이터의 많고적음의 문제만은 아닐 테다. 나와 주변인들, 내가 속한 커뮤니티와 사회가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단 하나의 포털은 그 자체로 함께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든다. 그렇다. 국내에서 압도적인 온라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 네이버는 자신의 영역 안에서 '네이버 문화'를 이루고 있다. 메인 뉴스와 연예 뉴스, 푸드와 리빙, 영화와 문화, 여행, 건강, 패션... 네이버 앱의 '홈 주제' 카테고리들을 보면 사실상 네이버가 우리의 라이프 전반을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용자들이 네이버의 거대한 생태계를 빠져나올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 긴 여행은 이제 싫다.



개인화된 서비스나 큐레이션 기능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네이버의 인터페이스도 그에 발맞춰 꾸준히 수정되고 있다. 국내 포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네이버는 모두에게 동일한 서비스의 종언을 고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홈 주제 카테고리를 자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게 한 점, 그리고 내가 구독한 블로거/에디터의 글 및 자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내가 관심 있어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MY피드' 카테고리의 출현이다. 


처음 MY피드가 생겼을 때 편리하긴 했지만 혁신적이라는 생각까진 들지 않았다. 그리고 콘텐츠 추천 기능은 어쩐 일인지 관심 있는 콘텐츠보다 아닌 것들이 더 많아서 만족도가 그리 높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 네이버에 들어가면 다른 카테고리는 다 훑지 않더라도 MY피드는 꼭 들르고 있었다. 심지어 MY피드를 홈 주제 중 가장 마지막에 위치해놓아 줄곧 8번의 손 넘김이 필요했는데, 그래도 꼭 닿고야 말았다. 다른 카테고리들은 내가 관심있는 주제임은 맞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무작위의 정보들이 쏟아진다는 느낌을 받고, 그 방대함에 지치곤 했다. 하지만 MY피드는 말 그대로 내가 하나하나 구독한 콘텐츠들이다. 내가 관심 있는 블로거나 에디터가 오늘 무슨 얘길 했을지, 나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은 무슨 기사를 읽었을지, 이런 문제들은 당연히 랜덤의 정보들보다 솔깃하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을까. 오늘 결국 MY피드를 앞으로 끌어왔다. 아직 맨 앞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마음속 위상이 많이 올랐음은 분명하다. 아이러니하게도 MY피드의 만족도는 아직 낮다. 아직 구독한 블로거나 에디터가 많지 않고 그들의 포스팅도 매번 나의 클릭을 이끌어내진 않는다. 그럼에도 이를 여타 카테고리보다 앞세운 건 패션 뷰티 정보나 여행에 관심이 있어도, 그 콘텐츠들이 깔끔하게 잘 소개되어 있어도, 정작 성실하게 보지 않게 되는 탓인 것 같다. 대개의 카테고리엔 막연한 관심만이 있을 뿐이어서 때에 따라 약간의 정보들이 필요한 정도다. 그래도 화면 가득한 콘텐츠를 일일이 훑어가며 관심 있을 정보를 찾는 '긴 여행'을 떠나게 되진 않는다. 그냥 슥슥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다.



# 한 단계 더 맞춤형 여행?



그럼에도 홈 주제에서 관심 덜한 카테고리를 빼지 못하는 건 그래도 네이버 메인에 실린 글은 어느 정도 질을 인정받았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저 네이버에 '연남동 맛집'만 검색해서는 그 수많은 광고성 글과 유용하지 않은 글들을 일일이 골라내기도 버겁다. (물론 요즘엔 네이버 메인에 걸렸어도 홍보용으로 보이는 콘텐츠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네이버 메인에 주제별로 검색 기능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원하지만 다른 글들 사이에 파묻혀 굳이 찾아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거나, 시간이 지나 메인 페이지에서 밀려 보기 어렵게 된 글들을 검색 하나로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말이다. 네이버가 더 최적화된 서비스를 추구한다면, 메인에 주제별로 분류해놓은 좋은 콘텐츠들을 더 잘 큐레이션 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어쨌든 MY피드의 앞으로는 기대된다. 혁신적이진 않지만 나의 콘텐츠 소비 습관을 물들이듯 조금씩 변화시켜 간다. 내가 원하는 정보를 적시적소에 더 쉽게 찾고자 하는 욕구는 점점 커져가는 것 같다. 이를 향한 기대치 또한 높아진다. 이것이 본래 내가 원했던 것인지, 온라인 환경이 이를 만들어가는 것인지는 분별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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