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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반컬티스트 Jan 30. 2018

[도시재생 키워드] 도시재생 빈집을 잡아라

아파트 사이에 둘러쌓인 숭의동 빈집


인천 남구 숭의동을 찾았다. 저층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도원역 주변. 저 멀리 고층 아파트들이 보이지만, 어쩐지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보니, 오랫동안 방치된 듯한 온갖 쓰레기들이 널려있다.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이곳은 ‘빈집’ 투성이다. 빈집이 많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돈다. 이렇게 숭의동에는 방치된 빈집이 산재해있다. 인천 남구의 빈집 중 무려 1/3이 이곳에 모여있다고 한다.


숭의동 빈집은 다른 동네 이야기 같다. 소수 지역의 문제일 뿐,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체감이 되지 않는다.

과연 빈집은 특정 지역만이 안고 있는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서울에만 8만채의 빈집이 있고, 대다수가 서울 강남구에 몰려있다. 빈집은 농촌지역과 소수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전방위적으로 나타나는 ‘우리나라’ 문제가 됐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결과, 우리나라 빈집은 약 107만호에 달했다. 2010년 79만호였던 빈집이 11.0%나 증가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빈집의 비율은 6.5%지만, 이 증가세라면 2025년에는 그 비율이 13%에 육박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채 중 1채 이상이 빈집이 될 거라는 얘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빈집의 비율은 감소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직면하면서 빈집은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65세 이상 고령화율이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그 속도는 가장 빠르다. 여기에 출산율은 꼴찌다. 이대로라면 2030년 경에는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을 경험하고,그 이후부터는 내리 감소추세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구증가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해마다 주택은 초과공급 상태다. 주택보급률은 2008년에 이미 100%를 넘어서서, 매년 20만이 넘는 가구가 초과공급으로 부동산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집에 거주할 인구는 줄어들고, 신규주택 수는 늘어난다. 빈집이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빈집의 증가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우선, 지역경관을 해친다. 내 집 근처에 빈집이 있다면? 지나갈 때마다 기분이 좋지만은 않을 거다. 게다가 빈집은 청소년들에게는 탈선 장소로, 노숙자에게는 무단 점거의 빌미를 제공한다. 실제로 빈집에서 시체가 오랜 기간 방치된 채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이 밖에도 사람의 손길로부터 방치된 집은 화재와 붕괴의 위험이 증가하는 등 빈집은 지역의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빈집의 비율이 30%가 넘으면 그 지역의 치안 문제가 굉장히 나빠진다고 하니, 빈집이 지역 쇠퇴의 바로미터라 불릴만하다.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빈집,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빈집을 몽땅 쓸어버리는 전면 철거만이 답일까? 최근 전면 철거 대신 빈집을 활용해 도시재생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빈집이 예술가들의 아지트, 청년들의 창업공간,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과 게스트 하우스 등으로 활용되면서, 빈집이 지역 활성화의 거점지로 변신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맞물리면서 빈집 활용은 날개를 달았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낙후된 원도심을 활성화하는 기존의 도시재생 사업에 일자리와 주거문제가 결합된 사업이다. 향후 5년간 50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문재인 정부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이다.

빈집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목표로 하는 원도심 활성화, 일자리 제공, 주거문제 해결 이 세 가지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키를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빈집의 대다수는 원도심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시가 외곽으로 확장되면서 도심의 주요 기능을 하던 원도심이 쇠퇴했다. 원도심의 주요 기능과 인구가 신도시로 유출되면서, 도심은 텅 빈 ‘공동화 현상’이 찾아온 것이다. 때문에 빈집을 활용하는 방안은 원도심을 활성화한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빈집을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한 요코하마의 '호스텔 빌리지'


빈집에 어떠한 기능을 새롭게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빈집은 일자리 문제 또는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빈집을 청년들의 창업공간, 예술가들의 아지트, 게스트 하우스로 리모델링해 저렴하게 또는 무상으로 임대해주면, 이곳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간이 된다. 또는 빈집을 리모델링해서 주변 임대 시세의 반값에 서민들에게 제공하면 주거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도시재생의 시작은 감소했던 인구를 다시 늘리는데 있다. 빈집 활용이 청년, 예술가, 주민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이 될 수 있다. 이제는 빈집을 그저 흉물스럽고, 없애야만 하는 혐오스러운 대상이 아니라, 지역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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