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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반컬티스트 Feb 01. 2018

제주 브릭 캠퍼스, 레고(LEGO)는 예술작품이다

아이들이 장난감이었던 '브릭'이 ‘창의성’을 만나 예술작품으로 탄생하다



제주도 여행 중 우연히 흥미로운 곳을 발견했습니다. 제주 도립미술관을 지나던 중 ‘브릭 캠퍼스(Brick Campus)’ 이정표를 보게 된 것이지요.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제주도 여행 지도에는 없던 곳이었거든요.


결과적으로 ‘브릭 캠퍼스’는 저에게 ‘브릭·레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줬습니다. 하나의 장난감에 불과했던 브릭이 예술작품이 될 수 있고, 또 어른들을 위한 브릭 시장과 수요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을 알게됐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브릭 캠퍼스는 전시를 기획함에 있어서도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요코하마의 ‘컵라면 박물관’의 기획력과 비교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컵라면 박물관이 전시 기획에서 더 배울점이 많긴 합니다만, 그래도 하나의 키워드로 공간과 프로그램을 스토리텔링 했다는 점은 같습니다. 특히, 언뜻 보기에 하찮은 존재로 생각될지 모르는 장난감인 '브릭'과 인스턴트 음식 '컵라면'을 '창의성'과 결합해 예술작품, 위대한 발명품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한 것은 훌륭한 스토리텔링의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브릭 캠퍼스 : 브릭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다


브릭캠퍼스의 공간은 크게 7곳으로 나눠집니다. 이 중 전시공간은 1부터 4까지 입니다.


1) 브릭 및 브랜드 소개

2) 브릭아트 소개

3) 브릭아트 카테고리 소개

4) 브릭아트 작가들의 작품 전시

5) shop

6) 체험공간(아이들 놀이터)

7) 레스토랑


브릭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 ‘campus’ 컨셉으로 A부터 Z까지 다 알려줍니다. 전시를 모두 둘러보면, ‘브릭’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갖추게 될 겁니다.(전시 내용을 꼼꼼히 읽으면요)


브릭 캠퍼스 입장권을 구매하면, ‘학생증’이라 적혀있는 종이를 받습니다. 직원이 종이를 건네주면서 신상정보를 적으라고 말합니다. 처음엔 ‘campus’ 컨셉을 모르고, “꼭 적어야 되나요?” 물어보니, “그래야 입장 가능합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름과 핸드폰 번호 등을 종이에 적고 입장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전시를 다 둘러보면 ‘졸업’ 도장을 찍을 수 있다고 하네요.)



입장하면 칠판을 마주합니다. '브릭'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그림과 함께 친절한 설명이 겻들어 있습니다. 그 앞에는 ‘브릭’으로 만든 작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입구에서 ‘우와~~~ 브릭으로 이런 걸 만들 수 있어?’ 감탄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낼 정도로, 초반부터 전시장은 브릭이 장난감이라는 저의 편견을 깨게 만들었습니다.

 

입구에서 본격적인 전시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아래의 문구가 보입니다.


‘브릭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 장난감이지만,
세상의 그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예술 재료이기도 합니다’



전시를 볼수록 ‘최고의 예술 재료’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공간 1) 브릭 및 브랜드 소개

우리가 흔히 레고로 부르는 장난감의 형태가 바로 ‘브릭’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장난감 표면에 결합을 위해 튀어나온 단추모양의 돌기가 있는 것을 ‘브릭’이라고 합니다. 레고는 장난감 이름이 아니라, 브랜드 이름입니다.


이 공간에서는 브릭을 만드는 다양한 브랜드와 그 역사를 소개합니다. 브릭의 최초 브랜드인 레고가 1958년 출시됐다고 하네요.


'브릭'이 어린이 장난감인만큼, 전시장 곳곳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재미요소'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브랜드마다 브릭을 보고, 만지고, 갖고 놀 수 있는 조그마한 공간이 마련돼있었습니다.




공간 2)  브릭아트 소개

브릭으로 만든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설명과 함께 전시한 공간입니다. '브릭이 하나의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 중에는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도 있습니다. 브릭아트 작품도 다른 예술작품처럼 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구나라는 점을 깨달은 순간이었죠.


한성욱 작가의 <약속> : 외로운 소녀상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들었다는 작품(좌), 나경배 작가의 <천사> : 인종의 다양성을 고려해 만든 백인, 황인, 흑인 3명의 천사(우)



브릭아트가 좀 더 궁금해집니다. 브릭 캠퍼스에서는 '완구 사의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창작했을 때, 아트가 된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스스로 창작한다'는 말은 보기보다 간단치 않은 작업입니다.


이 공간을 둘러보면서 브릭아트 작가들이 존경스러워졌습니다.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사금채취'처럼 힘들고 고된 작업을 겪어야 합니다.


브릭 아트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대략 이렇습니다.

1) 우선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작품을 상상한다

2) 스케치를 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작에 필요한 설계를 한다

3) 작품에 필요한 브릭을 구한다(가장 어려운 단계)

4) 조립한다


이 단계에서, 3) 작품에 필요한 브릭을 구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필요한 브릭만 주문할 수 없기 때문에 인터넷 사이트 및 커뮤니티에서 구하거나, 특정 제품을 수 백 박스나 구입한다고 합니다. 브릭 재료를 따로 구해야 하기 때문에, 작품의 설계과정은 웬만한 창작능력 없이는 힘들어 보입니다.


레고가 인정한 공인 창작가 LCP(LEGO Certified Professional)가 되면, 레고로부터 모든 종류의 브릭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20명 이내라고. 국내에선 브릭아티스트 김성완이 정식 LCP가 되기 전 인턴 단계인 'LCP Entry Programm)에 국내 최초로 등록됐다고 합니다.



3) 브릭아트 카테고리 소개


브릭아트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그중 13개의 종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각 종류별 특징과 제작방식을 예술작품, 설명 문구, 동영상 등을 통해 보여줍니다.


13개 중 가장 신기했던 건 '기기'였습니다. 브릭으로 컴퓨터, 전구, 가습기 같은 실생활 작품을 만드는데, 실제로 작동이 됩니다. 아래 동영상은 김규성 작가가 브릭으로 만든 <MAC>입니다.

김규성 작가의 <MAC>



4) 브릭아트 작가들의 작품 전시

브릭캠퍼스의 하이라이트 공간입니다. 그동안 전시장을 둘러보며, 브릭과 브릭아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작품을 하나씩 봐왔다면 여기는 '통으로'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여줍니다. 둘러보는 내내 '와.....' 탄성이 절로 나왔죠. 브릭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솟아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특히, 브릭이 실제로 작동하는 장난감 트럭·자동차·기기를 만들 수 있음이 실로 놀라웠습니다.




5) shop

어느 museum, 전시장이든 마지막에는 항상 shop이 있죠. 여기도 레고를 구입할 수 있는 상점이 마지막에 있습니다.



6) 체험공간(내지 아이들 놀이터)

아이들이 브릭으로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전시 막바지에 아이들을 데리고 동행하느라 힘들어 했을 학부모님들을 위해 마련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은 브릭을 갖고 놀고, 어른들은 앉아서 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7) 레스토랑

캠퍼스 건물을 나오면 레스토랑이 보입니다. 브릭 캠퍼스답게 레스토랑 내부의 모든 것이 '브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등, 식탁, 음식 모형, 빨대 통, 휴지케이스 심지어 먹는 햄버거의 모양도 브릭으로 만들거나 브릭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레스토랑 내부에도 아이들이 브릭으로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우연찮게 들른 곳이었지만, 3-4시간 관람하느라 하루 일정을 바꿀 정도로 브릭캠퍼스는 재밌었습니다. 전시 중간 중간 '창의성'에 대한 내용도 있기에 아이들이 배우기에도 좋은 공간입니다. 제주도에 가신다면, 브릭캠퍼스 방문하길 추천합니다.




Learning Point

1) '브릭'으로 공간/체험 프로그램을 디자인 : '브릭 캠퍼스'의 컨셉, 건물, 브릭 체험 공간, 레스토랑 등

2) 어른·아이들 모두 좋아할 키워드로 전시를 기획

3) '브릭'이란 키워드로 스토리텔링 : 브릭이 창의성을 만나 예술작품이 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브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4) 이용자 모두 즐거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 : 어린이, 어른, 커플이 가도 모두 즐겁게 놀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블럭을 가지고 놀고, 어른들은 글과 작품을 보면서 '브릭'에 대해 알아갑니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어른들이 쉴 수 있는 레스토랑, 카페도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했던 공간의 인테리어였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 흰 벽에 작품들을 나열해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전시의 공간과 작품 사이의 연계성이 보이면 관람객들은 더 큰 감동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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