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소수민족이라 부르며 살아왔다. 순수혈통 문화가 돋보이는 나라에서 나는 어디에도 섞이지 못한 채 서성거렸다. 온몸을 다 헤집어서 보았자 한국인이 분명한데,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행을 갔다.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는 내게서 슬픔을 보았고, 누군가는 사랑을 보았고, 누군가는 존경을 보았다. 고마웠다. 하지만 이해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세상은 우주이다. 남들보다 중력이 부족해 세 뼘 정도 둥둥 떠 있다. 겨우 반 미터에 불과할 높이가, 나를 이 미터가 넘는 거인으로 만든다. 낯선 눈들은 여전히 무섭다.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종류의 약을 먹어 보았다. 그중 하나는 과민 반응으로 바뀐 것이다. 올해에도 약을 먹어야 하나 고민한다. 약이 필요하기보다 약을 먹는 행위가 필요하다. 알약을 꿀꺽 삼키면, 물이 식도를 넘어가서 위에 도달하면. 잠시 땅에 발이 닿는다.
같은 사람들이 있다. 모두 살기 힘들다고, 자신을 이해할 수조차 없고 이해받을 수 없다며 절망에 빠져 있다. 세계가 하나의 빌딩이라면 우리는 지하 오 층 정도에 위치할 것이다. 하늘을 상상하면서 어둠이 주는 안정감에 푹 빠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