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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엉 Aug 11. 2020

생각보다 무례한 그대에게

 안녕하세요. 저 기억 안 나세요? 꽤 많은 뜻이 담긴 것이 느껴졌는데요. 경멸이라던가, 자부심이라던가 많이 섞였더라고요. 네. 상처받았어요. 제가 언제 공격해달라고 했나요? 이런 상처가 있으니 조심해 달라는 뜻이잖아요. 저도 다치고 싶지 않았어요. 아프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왜 화를 내지 않느냐고 물으셨죠. 원래 화를 좋아하지 않아요. 내서 뭘 하나요? 어차피 바뀔 일이라면 화를 내지 않고도 바꿀 수 있고, 화를 내야지만 바꾸는 시늉을 한다면 절대 바뀔 수 없어요. 바닐라 맛이 좋냐 초콜릿 맛이 좋냐 하는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세상에, 두 가지 맛 모두 사서 나눠 먹으면 되잖아요. 싫으면 안 먹을 수 있고요. 왜 기운 빠지게 화를 내겠어요.


 우리는 도덕적으로 좋은 관계가 아닐 거예요. 물방울이 쌓이고 쌓여서 둑이 터지는 것처럼, 서로의 결함을 인내하다 보니 무례한 관계가 되어버린 거지요.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라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다르면 섞이기 힘들다는 거였어요. 결국 깃털에 묵은 때만 앉은 채로 쫓겨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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