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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부엉씨 Jun 23. 2023

<어린이를 찾아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회

가정의 달을 맞아 열리는 전시로 보인다. 딩크를 목표로 하는 내 인생에서 어린이를 찾을 일은 없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지만 국중박에서 굳이 찾아보라고 하니 한 번 찾아보았다.

[~를 찾아라]는 올해 초 [토끼를 찾아라] 전시부터 상당히 재밌는 컨셉이라고 느꼈다. 서화실을 중심으로 주로 2, 3층의 상설전시실을  전체적으로 활용해 박물관 전반을 훑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 [토끼를 찾아라] 전시가 전시품 10개를 소개한 것에 비해 이번에는 전시품의 숫자가 20개로 두 배 늘어났다. 

박물관 앞쪽에 대형 브라운 반가사유상이 놓여 있었다. 반가사유상 굿즈가 어느 순간부터 '이 정도면 뇌절 아닌가...' 싶은 느낌까지 들던 차에 모처럼 재밌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언제까지 설치되어 있을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5월까지는 설치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시 순서상 가장 앞쪽에 있는 서화 2실로 갔다. 20개의 전시품 중 무엇을 먼저 볼 것인지는 개인의 자유이겠으나, 목록과 박물관 구조를 대조해 보면 전시 기획 측에서 동선도 신경을 썼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만큼 가능하면 순서를 따라주는 편이 좋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단원풍속도첩"이다. 김홍도를 대표하는 너무나 유명한 작품들이라 눈에 많이 익을 것이다. 그만큼 교과서에서만 보던 그림들을 실제로 본다는 의미가 있다. 뚜렷한 선, 은은하게 예쁜 채색, 그리고 그림 속 어린이를 중심으로 서술한 캡션까지 자세히 살펴보면 유쾌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서화실에서는 이를 포함해 어린이의 모습이 담긴 그림 및 병풍 총 10점을 전시 중이다. 

지난 [토끼를 찾아라]에 비해 이번 전시에서 더 재밌어진 부분이 있다면 해당되는 전시품 이름 옆에 자그마한 아이 얼굴이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다른 여러 상설전시 전시품과 섞여있는 어린이 관련 작품을 더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서화실에서 불교회화실을 거쳐 3층 불교조각실로 올라간다. 괘불과 눈을 맞추고 몇 개의 불두가 줄지어 놓인 복도를 따라 쭉 걸어가면 자그마한 불상을 전시해둔 방이 나온다. 그 한 편에 고려 후기 "탄생불" 조각상이 있다. 부처님이 태어나시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은 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나타낸 금동 불상이다. 손은 없어졌지만 앙증맞은 연화 대좌가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마침 이 글의 작성일(5월 26일)을 기준으로 내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다. 올해는 대체공휴일과 함께 오셔서 너무나 은혜롭고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자실에도 어린이가 있다. "청자 상감동화 포도동자무늬 주자와 받침"(왼쪽 사진)과 "청자 상감 연꽃 넝쿨동자무늬 합"이다. 주자는 새끼줄을 꼬아놓은 듯한 손잡이까지 멋진 작품이었다. 자그마한 청자합의 경우 크기도 작고 캡션이 따로 안 붙어 있어서 찾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걸 말로 설명하기는 좀 힘든데... 진열장 번호가 5320번이니 잘 찾아보기 바란다.

오늘은 국중박 [어린이를 찾아라] 전시 중 주요 전시품 몇 개만 간단하게 살펴봤다. 20개를 여기서 다 소개하는 일은 크게 의미가 없고, 관심 있는 예비 관람객의 경우 스스로 찾아보는 것 또한 재미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세계문화실에 전시되어 있는 일부 전시품은 큰 감흥이 없어서 굳이 다루고 싶지 않았다...


[토끼를 찾아라] 전시에 비해 좀 재미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냥 '어린이가 있다' 정도인데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잘... 차라리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든지, 당시 교육이나 어린이 보호/지원에 대한 내용을 알려주든지, 아니면 제작자들이 어린이의 어떤 특징이나 속성을 작품에 투영했는지 등 보조 테마가 하나 더 있었으면 좋았을 법하다. 


토끼도 비슷하긴 했지만 토끼는 그냥 귀여운 맛으로 봤다. 내가 그냥 애들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가...? 아니 근데 이번엔 작품 수도 많은데다 애인지 어른인지 구분하기 힘든 것도 있어서 당황 ;;;


아무튼 이벤트성 간이 전시이니 크게 뭐 기대하기도 그렇고 국중박 측에서도 준비하시기에 부담스러워서는 안 되겠지만 관람객 입장에서도 별로 재미도 없는데 20점 다 보겠다고 꾸역꾸역 다니는 분들은 없길 바란다. 물론 시간과 체력이 넉넉하다면 간 김에 한 바퀴 다 둘러보길 권하지만 아니라면 서화실 정도만 봐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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