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le Sangwoo Cha Dec 29. 2017

한국시장에서 브랜드는 '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OO표'로 시작된 브랜드와 사업의 밀접한 관계 

이전 글에 아디다스, 나이키, 언더아머의 예를 들어 동일 업종 내에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브랜드뿐만 아니라 사업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주어 다른 브랜드와의 제품, 서비스, 이미지, 제공 가치까지 다르게 보이게 하는 근간이라 할 수 있음을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사업 전략과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상관관계 https://brunch.co.kr/@anotherdoor/25)


그렇다면 한국시장에서 브랜드라는 단어 또는 정의 조차 생소했던 시대에도 브랜드와 사업이 어떻게 얼마만큼 밀접한 관계가 있었는지 한번 들여다볼까요?

(물론 그 시대에 그 회사들에서 일을 한건 아니기에 3인칭 관찰자 시점, 또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내용입니다 :))




대한민국에서 브랜드라는 개념의 시작은 어디서 부터였을까?

브랜드 하면 가장 기본적으로 떠오르는 단어가 '상표'일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상표의 개념을 처음으로 적용했던 제품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브랜드 들이죠.

(시계방향으로 백설표, 곰표, 부채표, 해표, 샘표)


위의 5개 브랜드는 현재까지 사업을 최소(?) 60년 이상 지속해오고 있는 브랜드들이고, 가장 오래된 브랜드는 활명수로 친숙한 1897년에 시작된(무려 120년 된) 동화약품의 '부채표'라고 합니다. 

/부채표 활명수는 기네스북에도 기록된 한국 최고(最古)의 브랜드이자 소화제의 대명사. 상품명 ‘활명수’는 1910년 12월 16일 등록됐고, 상표 ‘부채표’는 1910년 8월 15일 특허국에 등록됐다. (참고. 신동아 2007년 10월호)/

물론 'OO표'란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를 사용하고 있지 않거나 사라진 브랜드들도 있습니다. 과거 고무신을 대표하던 기차표 (고무신을 일컫는 고유명사로 사용될 정도였으며 이후 화승으로 상호를 변경하여 나이키의 생산 기지의 역할을 하다 현재는 신발업을 모태로 자동차 부품, 소재산업, 정밀화학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음)가 화승 그룹의 모태이며 지금은 사라진 또 다른 고무신 브랜드인 왕자표, 말 표등이 있다고 합니다.

기차표의 현재 모습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먹거리의 부족은 물론 소재식품 (설탕, 밀가루, 유제품 등의 당분유)의 제조 기술도 전무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국내 대기업 중 먹거리 무역업과 소재 식품 제조에 그 모태를 두고 있는 곳이 여럿 있습니다. (국내에서 설탕 제조에 최초로 성공한 곳이 제일제당 (현재 CJ)이며 현재 삼성그룹의 모태임)


그렇다면 이들은 'OO표'라는 브랜드를 왜 사용하게 된 것일까요?

'OO표'를 붙인 사업들은 향후 사업의 다각화 등을 생각할 겨를 없이 해당 영역의 초기 개척자이자 이 영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들이었습니다. (백설표: 설탕, 곰표: 밀가루, 부채표: 소화제, 해표: 식용유, 샘표: 장류 등)

이런 제품(브랜드)들은 제품의 신뢰도를 인증하는 차원에서 ‘표’를 제품명으로 사용해 브랜드가 영위할 수 있는 사업 영역, 제품 영역을 좁게 전문적으로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산업 내에서 각 브랜드가 태생적으로 전문성을 갖고 있는 영역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활용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목적에 더해 'OO표'라는 신규 브랜드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은 니즈가 수반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제일제당은 1953년 설탕을 국내 최초 생산하기 시작한 이후 B2B 판매를 주로 하다 1963년 가정용 소형 포장 제품 출시를 결정하고 새로운 상표를 도입하기로 합니다. (이 당시 수입설탕 한 근당 가격은 300 환으로 같은 중량 소고기 값의 2배에 달했다고 합니다.) B2C 판매에는 단지 순수한 설탕의 제조 기술과 맛만으로는 차별화가 부족하며 다른 제품과 구별 지을 수 있는 상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유추됩니다. 어떻게 하면 일반 소비자들에게 설탕 그 자체의 제품 품질에 더해 이를 더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무언가 담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브랜드를 통해 통해 전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설탕을 투영한 '순백색의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인 눈' 백설(표)을 브랜드 네임으로 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눈의 결정 (설탕의 결정을 투영하는)을 형상화한 로고를 통해 제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기능적 & 감성적 가치를 모두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고 생각됩니다. (백설표라는 브랜드 네임도 당시 여사원께서 직접 지은 이름이라고 하니 나름 사내 공모 같은 프로세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즉, 각 회사가 갖고 있는 전문 영역을 부각하면서 이를 소비자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으로 'oo표'라는 상표, 즉 브랜드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왜? 어디는 지금도 'OO표'를 쓰고, 어느 곳은'표'를 제외하고 사용하게 된 걸까요?

이중에 백설(표)을 제외하고는 아직 'OO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업전략과 방향의 차이가 보이기도 합니다. 당시 제일제당은 설탕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의 식문화 선도와 개선을 위해 꾸준히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갑니다. 60년대 후반 밀가루 제품에 70년대에 들어서 조미료 제품에도 '백설표'를 사용하며 기존에 쌓아 놓은 브랜드 자산을 바탕으로 연계사업을 확장해 나가게 되었으며, 이후 제일제당의 전 제품 상표로 확대해서 사용하게 됩니다. 식용유, 가공육 등에 다양하게 사용하면서 90년대 말 이후 제한적 영역을 암시하는 '표'를 자연스럽게 제외하고 '백설'을 사용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반면 샘표는 장류와 발효음식에 집중하며 현재까지도 샘표하면 '간장'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었고,  해표 또한 (지금은 사조그룹에 인수되어 사조해표로 사용되지만) '식용유'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업의 확장 vs. 특정 영역에서의 전문성 확보 및 유지 중 정답은 없기에 맞고 틀림은 없지만, 각 브랜드 모두 사업적 방향성과 브랜드의 성장이 함께 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백설이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브랜드를 어떻게 성장시켜 왔고, 위기의 순간에 어떤 식으로 브랜드 재활성화 (Brand Revitalization)을 하였는지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즉 사업을 하루하루 하다 보면 원하는 방향이던 아니던 어떠한 방식으로 던지 브랜드는 쌓이게 마련입니다. 고객의 인식 속에 사용 경험을 통해 어떤 느낌이 또는 이미지가 남게 될 테니까요. 단, 사업을 하면서 내부 구성원들이 머릿속에 그렸던 그 모습대로 브랜드가 쌓였는지 아닌지의 차이일 것입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방향대로 쌓이지 못한 브랜드는 결국 그 정체성을 잃게 되겠지요.

'브랜드가 왜 필요한지? 왜 중요한지?'의 질문은 결국 내가, 우리가 이 사업을 왜 하려는지를 일관되게 고민하고 쌓아가면서 해야 하는 고민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됩니다.


브랜드의 기원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사실 브랜드의 기원이 뭔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결국 영속하는 사업을 만들어가기 위한 중요한 여러 요소중 하나로써의 브랜드 역할이 계속된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닐까요?




<창업가의 브랜딩>

“당신의 일이 세상에 어떻게 기억되기 바라는가?”
‘자기다움’으로 승부하고자 하는 창업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


창업가의 브랜딩 (2017. 북스톤)

이 책 『창업가의 브랜딩』에서 말하는 브랜드란 누군가와의 경쟁이 아니라, ‘나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꾸준하게 지치지 않고 키워가는 과정이다. 즉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결국 브랜드를 시작하는 것이고, 사업을 키우는 것이 결국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다. 저자들은 폭넓은 영역에서 ‘사업전략과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온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스타트업 창업가를 위한 10개의 법칙’을 제시한다. 창업이나 프로젝트를 준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업에 대해, 제품에 대해, 고객에 대해 고민한 시간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창업가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실마리가 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작을 위한 가이드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작은 기업이나 개인뿐 아니라, 자기만의 브랜드와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스타트업과 종사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구매하기>

YES24: http://www.yes24.com/24/goods/57237955?scode=032&OzSrank=1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87289265&orderClick=LAG&Kc=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24566295

영풍문고:http://www.ypbooks.co.kr/book.yp 


페이스북 그룹: <창업가의 브랜딩> Start your Brand!

https://www.facebook.com/groups/1474397259343664/

매거진의 이전글 동부화재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브랜드 리뉴얼을 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