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2일의 찬유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소감을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상 받았는데 왜 울어?’하고 묻던 때가 있었다. 너무 행복해도 눈물이 날 때가 있어, 엄마는 대답했다.
새벽 한 시 십오 분, 평소 보다 적게 먹고 잠이 든 찬유가 평소 보다 조금 일찍 눈을 떴다. 낑낑대기 시작하더니 기저귀 갈고 이것저것 하던 중 배고픔이 심해지니 짜증을 냈다.
“아~ 아아~~!”
빼-액 울기만 할 줄 알았던 아이가 확실한 ‘짜증’의 멜로디를 가진 소리를 내고 있었다. 너무 신기했다. 이 아이에게 우리와 똑같은 감정이 있고, 아이가 그걸 표현하는 법을 점점 익혀간다는 것이 아름다웠다.
배고프다고 내게 불호령을 쳤던 아이가 내 품에 안겨 평온한 얼굴로 분유를 먹었다. 아주 신이 난 혓놀림으로 꿀떡꿀떡 경쾌하게 분유를 삼키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 선한 얼굴이 나에게 짜증을 말하던 그 순간의 소리를 다시 떠올려보았다.
귀엽고, 경이롭고, 기특하고, 소중해서 심장에서부터 따뜻한 눈물이 울컥 차올랐다. ‘행복의 눈물’이었다.
내가 참 살다살다 나에게 짜증 내는 사람을 보며 눈물나도록 벅차오르게 행복할 줄이야.
나중에 언젠가 아이의 투정이 나를 힘들고 지치게 할 때에 그때의 내가 오늘을 기억하길 바란다. 아이의 첫 짜증 소리가 그 어떤 음악 보다도 달콤했던 새벽 한 시의 간지러움을.
너무 행복해도 눈물이 날 때가 있어, 엄마의 대답을 들은 뒤로도 꽤나 오랫동안 나에게 미지의 세상이었던 ‘행복의 눈물’은 아이를 만난 뒤 일상이 되었다.
2021.02.06.
찬유 생후 72일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