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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유 Apr 08. 2021

아들이 뒤집기를 했다

네가 내게 온몸으로 건네준 위로를 기억할게

우리 아들이 오늘 뒤집기를 했다. 누워서 버둥거릴 줄만 알았던 아이가 자기 힘으로 몸을 비틀어 옆으로 넘기고 마침내 깔려있던 팔까지 빼내는 순간, 나는 탄성을 질렀다.


오늘의 그 뒤집기가 있기 까지 아이는 수도 없이 엉덩이를 들썩이다 풀썩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기합도 헛! 넣어보고, 으아앙 소리도 질러보고, 뿌에엥 울어도 보았지만 끝내 무거운 엉덩이는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오늘, 그 엉덩이는 넘어갔고 자신의 몸에 깔린 한쪽 팔을 제 힘으로 빼내는 것까지 성공했다. 그리고 아이는 나를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게 뭐라고... 참 그게 뭐라고.

똑바로 누워있다가 굴러덩 굴러서 몸을 뒤집는게 그게 뭐라고.


나에겐 '안 되는게 이상할 정도'로 너무 당연한 일, 단 한 번도 어렵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인데 아이는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루어냈다.


눈으로 초점을 맞추어 물체를 쳐다보는 것,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 손으로 물체를 잡는 것, 그것을 자신의 입에 가져다 넣는 것, 모두 아이는 시간을 두고 연습을 거치며 해냈고, 오늘은 4개월 인생 최대 난제인 자신의 몸을 뒤집어 놓는 일에 성공했다.



너무 기특해.

정말 잘 했어.

진짜 수고했어, 우리 찬유.

네가 최고야.

엄마는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장하다, 우리 아들.



아이에게 내 모든 진심을 담아 아낌 없이 뱉어낸 말들이 다시 내 귀로 들어와 내 마음을 울렸다.

내 존재가 너무 보잘것 없이 느껴지던 요즘, 아이는 온몸으로 나를 위로했다.

내가 아이를 바라보는 눈으로 신께서는 나를 바라보시겠지.




2021.04.08.목  D+133

우리 찬유 뒤집기 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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