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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소연 Jun 27. 2024

글쓰는 사람의 딜레마 (4)

<비밀의 언덕>에 대한 단상

나는 친오빠에게 내 수상 소식을 알리고 싶어 연락이 두절 된 그의 소식을 수소문했다. 간신히 연락이 닿은 오빠는 가상화폐 루나 사태로 큰돈을 잃은 상태였다. 상심한 그는 당연히 나의 근황을 궁금해하지 않았고, 나 또한 그에게 내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부끄러웠고, 체념했다.  

나의 글을 이제 어머니는 읽을 수 없으며, 남아 있는 가족들은 혹여나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읽을 수도 있다. 그때, 나의 가족은 내 글로 인해 상처받을 수 있다. 그들은 아직 내 글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장담할 수 없다. 어머니가 살아 있다 해도 나의 어머니란 사람은 내 글을 읽을 리가 없다. 설령 읽었다 해도, 어머니는 필시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건 내 이야기가 아니야. 너의 글이지.”    

<비밀의 언덕>에서 명은의 선택도, 혜진 자매의 선택도 모두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명은이 작가로서 겪게 될 딜레마를 유보했다고 생각한다. 그 유보는 용기 있는 선택이다. 그 선택은 작가가 되기 이전에,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가족으로부터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음을 정확히 알고 있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이러한 욕구가 건강하게 충족되지 않은 채 그녀가 작가가 되는 것을 나는 희망하지 않는다. 그렇지 못한 삶은 너무도 지난하고 고독하기 때문이다. 명은은 지금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을, 혜진 자매는 일찍이 글 쓰는 사람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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