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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nie Nov 15. 2021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

돈 욕심 없는 크리에이터의 고민


작은 공간에서 공방을 운영한지 1년 하고도 2개월이 지났을 때, 작업실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책 원고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다음 스텝을 생각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수입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공간을 꾸려나갈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비누를 만들고 있었기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욕심도 몽글몽글 피어났다. 현재 수익의 점검도 필요했다!




* 일러스트에서는 저작권료의 언급은 제외했다. 항상 들쑥날쑥하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보너스 개념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저작권료의 파트를 정하자면 그림 그리는 업무에 속한다.



사실, 지금까지 그림을 그려온 것에 비해 천연비누는 경력이 짧은데도 불구하고 꽤 괜찮은 수입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임대료 절약으로 주변 공방보다 저렴한 비용의 덕을 본 것도 있으리라. 현재 수입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외부 강의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공간이 꼭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기적으로 수업제의가 들어왔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봤을 때, 천연비누를 제작하려면 더 넓은 공방이 꼭 필요했다. 게다가 법이 바뀌면서 상가건물로 이사를 가야 판매도 할 수 있는 상황이 다가왔다. 더 큰 보증금과 월세가 필요했고, 최소한 2천만 원 정도의 대출 계획이 예상됐다. (비누공방에서 수업만 진행한다면 오피스텔에서도 가능하다!)



반대로 그림을 그리는 일에 집중한다면 어떨까?

공방을 운영하는 데에 특별한 법이나 제약은 없다.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천연비누 작업을 멈춘 만큼 수입은 반 토막이 날것이라는 예상은 현실이 될 것이다. 지금의 수입은 [그림 6 : 천연비누 4] 정도의 비율이다.


상가로 이사 가지 않는 대신 임대료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고, 그만큼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외부강의를 늘리던지, 외주 업무를 추가로 받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큰 공간을 가지고 싶었던 계기는 어느 날 찾아왔는데, 스마트 스토어에서 내 비누 상품을 보시고 갑작스럽게 작업실을 찾아주신 손님이 계셨다. 매장이 아닌 그 공간에는 수업이 있을 때만 상주했기 때문에 손님은 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실 수밖에 없었다. 만약 1층에 매장이 있고 내가 상주해 있었다면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지 않았을까 싶다.




문제는 대출을 감행하면서까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은 없다는 것.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런 성향이 발목을 잡는다.


결국은 더 가슴 뛰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마지막 책 원고 작업을 하면서 창작자로 남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더 좋은 콘텐츠와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환경에 집중하고 싶어 그 길을 따르기로 했다.


아직 어떤 공간을 구해야 할지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에 집중하려고 천연비누 재료들을 정리했다. 천연비누 제작에는 수도시설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이 더 많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대출을 받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내에서 앞일을 도모해야겠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메일 slon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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