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욕심 없는 크리에이터의 고민
작은 공간에서 공방을 운영한지 1년 하고도 2개월이 지났을 때, 작업실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책 원고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다음 스텝을 생각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수입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공간을 꾸려나갈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비누를 만들고 있었기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욕심도 몽글몽글 피어났다. 현재 수익의 점검도 필요했다!
* 일러스트에서는 저작권료의 언급은 제외했다. 항상 들쑥날쑥하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보너스 개념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저작권료의 파트를 정하자면 그림 그리는 업무에 속한다.
사실, 지금까지 그림을 그려온 것에 비해 천연비누는 경력이 짧은데도 불구하고 꽤 괜찮은 수입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임대료 절약으로 주변 공방보다 저렴한 비용의 덕을 본 것도 있으리라. 현재 수입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외부 강의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공간이 꼭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기적으로 수업제의가 들어왔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봤을 때, 천연비누를 제작하려면 더 넓은 공방이 꼭 필요했다. 게다가 법이 바뀌면서 상가건물로 이사를 가야 판매도 할 수 있는 상황이 다가왔다. 더 큰 보증금과 월세가 필요했고, 최소한 2천만 원 정도의 대출 계획이 예상됐다. (비누공방에서 수업만 진행한다면 오피스텔에서도 가능하다!)
공방을 운영하는 데에 특별한 법이나 제약은 없다.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천연비누 작업을 멈춘 만큼 수입은 반 토막이 날것이라는 예상은 현실이 될 것이다. 지금의 수입은 [그림 6 : 천연비누 4] 정도의 비율이다.
상가로 이사 가지 않는 대신 임대료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고, 그만큼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외부강의를 늘리던지, 외주 업무를 추가로 받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큰 공간을 가지고 싶었던 계기는 어느 날 찾아왔는데, 스마트 스토어에서 내 비누 상품을 보시고 갑작스럽게 작업실을 찾아주신 손님이 계셨다. 매장이 아닌 그 공간에는 수업이 있을 때만 상주했기 때문에 손님은 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실 수밖에 없었다. 만약 1층에 매장이 있고 내가 상주해 있었다면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지 않았을까 싶다.
문제는 대출을 감행하면서까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은 없다는 것.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런 성향이 발목을 잡는다.
마지막 책 원고 작업을 하면서 창작자로 남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더 좋은 콘텐츠와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환경에 집중하고 싶어 그 길을 따르기로 했다.
아직 어떤 공간을 구해야 할지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에 집중하려고 천연비누 재료들을 정리했다. 천연비누 제작에는 수도시설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이 더 많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대출을 받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내에서 앞일을 도모해야겠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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