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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nie Feb 23. 2022

30대 여자의 연애와 결혼 사이

돈 모으는 이야기를 해봅시다.

작업실 계약 만기가 다가온다.

부천 송내에 자리를 잡은 지 어느새 2년이 되었지만 뚜렷하게 보이는 미래는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작업실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사를 하자니 대출이 필요하고, 유지를 하자니 변화가 없어 고민이 컸다. 거기에 내가 30대 여자라는 현실이 조금 더 무게를 보태주고 있었다.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고, 아기가 있는 집은 조카들의 나이가 벌써 3~4살이 되었다.



부케를 받다.

마침 친한 언니의 결혼식이 있었다. 당연히 참석해야 할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고민 끝에 승낙을 했다. (부케 받고 시집 못 가면 오래도록 못 간다는 말이 있어서...)


너무 예쁜 결혼식장에서 빛나는 신부를 보니 여러 생각이 밀려왔다. 나도 내가 꿈꾸던 결혼을 할 수 있을까? 결혼식을 하려면 얼마큼의 돈이 필요할까? 내 상황에서 미래가 보이기는 할까? (남자 친구도 있었지만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연애가 주는 자유로움도 있지만, 나는 여느  30대 여자들처럼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싶었다. 이제 포기할 것과 준비해나가야 할 것들을 구분해야 한다.



결혼할 때 얼마 필요해요?

32살 연초에 이 질문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마나 돈을 모았고, 얼마를 가지고 결혼 준비를 할까? 감사하게도 친구들과 수강생분들이 거짓 없이 이야기해주셨다.


보통 3천만 원 이상.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현금으로 3천만 원 정도를 준비해놓았다고 한다. 나는  통장에 겨우 5백만 원 들고 있는 입장이라 눈앞이 캄캄하다. 사실, 그 오백도 보증금일 뿐이지만.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오빠, 돈 얼마나 모았어?

미래 계획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돈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돌아온 답변은 냉담하기만 했다.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돈이 없더라도 어떤 형태로 돈을 모아야 할지 구체적인 계획도 필요했다.


먼저, 가치관을 정리해보면서 내린 결론은. 가정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좀 더 안정적으로 독립을 하고 싶고, 결혼을 해서 너무나 힘들게 살 것이 눈에 보인다면 혼자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미래계획에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던 우리는 결국 이별을 선택해야 했다.



본격적으로 결혼자금 모으기 (독립자금 모으기)

목표를 세우니 슬퍼할 틈이 없었다. 어차피 금전적인 계획으로 틀어질 사이라면 결혼해서도 유지되기 힘들 테니 후회도 없었다. 목표는 3년 안에 4천만 원 모으기. (미리 말하지만 1년 반 만에 거의 비슷하게 모았다.^^)


맞다.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면 불가능하고, 대출은 마이너스고. 커리어의 결은 다르지만 회사에 취업해야 한다. 미리 잡아놓은 출강 스케줄이 있어서 작업실 만기까지는 일단 창업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 이후에는 투잡을 유지하다가,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면 다시 좋아하는 일만 하기로 정했다.



회사에서 받을 연봉

주말 강의로 버는 강의료

저작권료

외주비용




내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파악하고, 닥치는 대로 일하기로 했다. 모아놓은 돈으로 결혼을 하거나, 애인이 없다면 상가에 작업실을 구할 목적으로 사용하려 했다.


이번 연애도 망했지만 내 미래는 아직 창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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