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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밤 Jul 30. 2022

크리에이터(창작자)가 되고 싶다면

밤의 생각: 글을 쓰다가

개인이 곧 미디어이자, 창작자인 시대다. '크리에이터(창작자) 경제'라는 개념이 등장할 정도다. 그러나 성공하는 크리에이터는 손에 꼽을 정도다. 크리에이터 경제로 발생한 수익은 상위 크리에이터 2%에게 몰빵(?)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소득 격차가 심한 영역이기도 하다. 창작으로 먹고 살길 바라는 사람으로서, 사담을 조금 섞어서 크리에이터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창작자는 언제 포기해야 될까?


최근에 <When should a creator throw in the towel?>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번역하자면, "창작자는 언제 포기하는가?"정도로 읽히겠다.(복싱 경기에서 수건을 던지면 게임을 포기하겠다는 뜻이지 않은가. 백기를 든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기사는 최근 뉴스레터를 운영하던 프리랜서 작가인 Anna Codrea-Rado가 뉴스레터 서비스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겠다며 마지막 이메일(다시 읽어도 마음이 아프다...)을 보낸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5년 동안 매주 금요일마다 뉴스레터를 제공했던 Anna는 뉴스레터를 작성하기에는  유료 구독자가 충분치 않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수지 타산에 안 맞는다는 거다. Anna Codrea-Rado는 뉴욕타임스, 가디언, BBC, Wired 등의 매체에서 글을 기고해온 저널리스트다. 전문 글쟁이조차도 뉴스레터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크리에이터 경제"는 역시 소수의 크리에이터만 성공하는 모델인가? 에세이를 쓴 Simon Owen(그 또한 저널리스트이자 PR 전문가로 본인의 뉴스레터를 매주 발행하고 있다)은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크리에이터(창작자)는 기존에 없던 직업이다. 아직은 정확히 정의 내릴 수 없는 이 새롭고 특이한 직업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규직 일자리가 창출하는 수익만큼 돈이 될 거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는 게 Simon의 주장이다. 오히려 크리에이터는 1인 스타트업이나 창업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이야기한다. 단, 동일하지는 않다. 창업은 공간 대여료, 공과금 등 물리적인 투자금을 필요로 하지만, 크리에이터는 노트북, 스마트폰만 있다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Simon은 재정적으로 오래 버틸 수만 있다면 크리에이터로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만능 존버론으로 주장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정말 막다른 길에 다다르기 전까지 성공인지 실패인지를 가늠해 보지 말라고도 한다.   


한국에서도 한때 이슬아 작가가 "일간 이슬아"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화제가 되었다. 중간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이슬아 작가가 직접 구독자에게 메일로 글을 보내주고 구독료를 받는 프로젝트였다. "일간 이슬아"는 대박이 났다. 이슬아 작가는 학자금을 다 갚았을 뿐만 아니라 패기 넘치고 재기 발랄한 인기 작가로 거듭났다. 그녀의 기획력, 재능, 타이밍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핵심은 그녀가 "일간 이슬아"를 꾸준히 연재했다는 거다.  




중산층 크리에이터의 부흥


"1,000명의 찐 팬만 있다면 당신도 창작으로 먹고살 수 있어요." Wired 매거진을 창간한 케빈 켈리가 쓴 칼럼이 한때 크리에이터 경제의 장밋빛 전망을 부채질했었다. 한국에는 1,000명이 아닌 100명의 진정한 팬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하는 수정 이론도 등장했었다. 문제는 1,000명이나 되는 충성심 강한 열혈 팬을 모으기가 정말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몇 만 명의 구독자가 있어도 막상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면 실제 돈을 내는 사람은 극히 소수인 경우가 매우 많았다. 케빈의 이론은 한동안 비현실적이며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처럼 회자되었다.


실제 1,000명의  팬을 통해 먹고사는 뮤지션의 사례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플랫폼이 독재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획일화된 포맷콘텐츠생성되는 세상에서, 모든 온라인의 콘텐츠는 알고리즘에 의해 큐레이팅 된다. 비주류의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콘텐츠를 생산해서 올려도 온라인에 노출되지 않는다.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 키워드기 때문이다.  때문에 크리에이터 시장은 다양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비슷비슷한 주제와 포맷으로만 만들어진 콘텐츠만 만들어진다. 자극적이고 영양가 없는 불량식품이어도,  팔리니 계속 만들겠다는 심보다. 이처럼 너도 나도 트렌드만 좇는 생태계에서 결코 다양하고 신선한 콘텐츠가 나올  없다.


Kevin의 "1,000명의 찐 팬 이론(1,000 True Fans)"에 회의적이었던 글쓴이는 최근 <Breaking Point>라는 유튜브 뉴스 콘텐츠를 보고 어쩌면 열혈 팬이 크리에이터를 먹여 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Breaking Point>는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형식적인 포맷을 단순화했다. 고퀄리티의 뉴스와 분석을 몇 시간 만에 제작해 바로 업로드하는 방식이다. 콘텐츠는 유튜브, 팟캐스트를 통해 무료로 제공되지만 유료 구독자에게는 무삭제판과 광고 없는 버전을 제공한다. 여기까지는 다른 크리에이터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Breking Point>는 제작 초기 $1,500짜리 평생 구독권을 판매했다. 세트장 뒤의 명판에 구매자의 이름을 새기겠다는 작은 약속에 구독자들은 열렬히 반응했다. 그리고 한 달 만에 평생 구독권 판매로 1년간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을 거뒀다. 그리고 현재 <Breaking Point>는 약 10,000명의 유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비록 캘리의 1,000명의 찐 팬보다는 약 10배 더 많은 모델이지만, <Breaking Point>는 적당하면서도 강력한 규모의 커뮤니티를 확보한다면 크리에이터 경제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해 간택당할 날만 기다리는 수동적인 태도보다는, 작지만 확실한 약속과 실천으로 제작자-구독자가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 "찐"팬을 모으기에 더 적합하다는 당연한 상식이 아직은 통하는 것이다.




창작자로서의 나

나 또한 창작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니 되고 싶다. 창작자의 삶을 어떻게든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 미디어 산업의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며 장기간 프리랜서 생활을 했다. 평소에는 (돈 버는) 현장에 나가서 돈을 벌고, 벌어 온 돈으로 내 프로젝트를 하는 식이었다. 4년을 그렇게 사니까 몸이 축이 났다. 결국 하루 8시간을 사무실에 묶여 있는 월급쟁이의 길을 선택했다.


몸은 편했지만 마음이 괴로웠다. 나름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업무였고 일하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좋았지만 마음 구석이 언제나 불편했다. 결국 자아실현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퇴근 이후와 주말을 활용해 개인 작업을 했다. 몸은 고돼도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고 매번 성취감이 있었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다. 결국  몇 년에 걸쳐 만들어낸 작품으로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그때 생각했다. 어쩌면 창작으로 먹고살 수 있는 길이 조금은 보이는 거라고.


이후 6개월이 흘렀다. 바뀐 건 없다. 나는 계속 회사를 다니고 있고 틈새 시간을 활용해 작업을 한다. 내 시간을 온전히 작품에 투자할 수 있다면 좀 더 빨리 창작으로 먹고사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그쯤부터 하게 되었다. 일은 해야지.. 암.. 먹고살아야 하니까. 근데 조금 덜 일하고 조금 덜 벌면 안 될까? 내 시간을 조금만 더 가지면 안 될까? 꼭 회사를 다녀야만 돈을 벌 수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모이고 모여 브런치를 시작했다. 구독자를 모으고 수익을 내고 하는 개념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저 하루빨리 창작활동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작은 기회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막상 브런치를 만들고 나니 소소한 푸념의 공간으로 밖에는 쓰지 못한다)


존버론이든, 1,000명의 열혈 팬이든 크리에이터가 창작활동으로 밥벌이를 하는 건 오늘날에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붙잡아 본다.


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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