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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성이 Mar 27. 2024

'미니멀웍스 그로토' 텐트 리뷰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니멀웍스'라는 브랜드, 적어도 제게는 애증의 브랜드입니다. 


첫사랑, 첫 직장, 첫걸음 등 누구에게나 처음은 소중합니다. 

캠핑을 처음 시작하던 제게 지인이 소개하고 추천해 준 브랜드는 바로 미니멀웍스였습니다. 

그분 덕분에 텐트부터 대부분의 장비를 미니멀웍스 제품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던 그 시절 캠핑 장비 가격은 모두 이 정도 하는 줄 알았습니다. 


맞습니다. 바보였죠. 그리고 그분을 지금도 원망하고 있습니다. 나쁜 사람...

2024년 5월 17일에 치질이나 걸려라..


그동안 미니멀웍스에서 구입한 텐트 또는 쉘터만 4개입니다. (얼마 전 구입한 타프도 현재 배송 중입니다.)


알베르게 : 너무 커서 방출 

글래머 쉘터 : 이름(?)이 마음에 들어 샀지만 해변가에서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본 뒤 방출

구아바 플러스 : 저의 첫 텐트입니다. 캠핑 초보의 산전수전, 이판사판을 모두 함께 겪은 추억이 많은 텐트이지만 방출


그리고 그로토입니다.


제가 알베르게를 FA로 방출하고 (한창 인기가 좋을 때 몸 값 제대로 받고 성공적인 방출을 했다 생각합니다.) 그로토를 선택한 이유는 아이와 둘이 동계에 주로 캠핑을 다니는데, 설치하기 쉽고, 신일 팬히터 900으로 난방이 충분한 크기의 텐트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로토를 구매하기 전 많은 분들이 고민한 것처럼 김레 OR 그로토의 기로에서 고민했습니다. 


승용캠퍼로서 수납과 설치의 편의성 등을 고려했을 때 김레로 살짝 마음이 기울었지만, 동계 캠핑이 주목적인데 스커트가 없다는 점은 저를 망설이게 했습니다. 심각한 결정 장애를 겪고 있던 제게 와이프는 솔로몬 대왕처럼 현명한 답을 제시했습니다.


"쓸데없는 고민하지 말고 닥치고 싼 거 사. 어차피 몇 달 후면 또 바꿀 거 아니야." 


결국 저는 김레보다는 저렴한 미니멀웍스라는 브랜드에 대한 믿음과 확신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더 싼 그로토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그로토가 처음 집에 도착한 날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상자를 해체했습니다. 피칭 전 눈으로 살폈을 때 색상, 무게 일단 제 기준에 모두 만족이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제 주관적인 입장에서 그로토 텐트에 대한 장점과 아쉬운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장점에 대해 말씀드리면 (어머! 색상이 이뻐요~ 이런 멘트는 과감히 제외하겠습니다.)


1. 정말 설치가 편합니다. 폴대 세 개를 색상에 맞게 넣은 뒤 한쪽에 팩을 박아준 뒤 있는 힘 껏도 아닌 적당한 힘을 주며 잡아당기고 반대편 모서리에 팩만 박으면 거의 90퍼센트 텐트를 다 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텐트를 더럽게 못 치는 저도 이너 텐트까지 포함해서 설치하는 시간이 30분도 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이와 둘이 다니는 미즈 캠퍼 분이나 둘이 다니시는 초보 분들도 어렵지 않게 설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나름 광활한 이너텐트. 그로토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이너텐트입니다. 성인 3명 또는 어른 2 아이 2명이 자도 충분한 공간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면 혼방 소재라 이른 아침 촉촉함 보다 뽀송함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3. 개방감이 나름 좋은 편입니다. 문이 양 옆으로 되어 있고 (김레는 한쪽) 전면부도 개방이 가능해 겨울을 제외하면 (물론 내가 추위에 강하다 하시는 분은 겨울에도 활짝 열어두셔도 되겠죠.) 좀 더 넓은 공간으로 활용

할 수 있습니다. 


4. 바람에도 은근히 강한 편입니다. 풀 팩을 하지 않았으면에도 강풍을 이겨내는 강인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덩실덩실 춤은 췄지만요.

강풍은 한 번만 경험해 봐서 장점이라 말해도 되는지 싶긴 합니다. 


흠.. 장점을 더 쓰고 싶은데 지금 당장 생각나는 장점은 저 네 가지밖에 없네요. 


그럼 이번에는 그로토의 아쉬운 점입니다. 


1. 전실 공간이 넓은 편이 아닙니다. 자, 여러분에게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수학 문제 하나를 내겠습니다. 


삼삼이는 그로토 텐트를 샀는데 그 텐트의 전체 길이가 480cm이고,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인 이너텐트 210cm입니다. 그럼 삼삼이가 테이블을 펼치고 의자를 놓고 각종 장비를 놓을 수 있는 나머지 전실 공간을 얼마일까요?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 지금도 계산하고 계실 분들을 위해 친절하고 관대한 제가 답을 직접 알려 드리겠습니다. 정답은 바로 270cm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아이와 둘이 다니기 위해 이 텐트를 장만했습니다. 아이와 둘이 캠핑을 다니기에 이 정도의 공간이면 충분하기는 하지만 의자가 크거나 (헬리녹스 사바나 체어 기준) 테이블(베른 마에스트로 기준)이 크면 활동에 제약이 많은 편입니다. 


특히 극동계에 팬히터 또는 난로를 생각한다면 딱 2명이 쓰기 좋은 공간입니다. 3~4명도 쓸 수는 있겠죠 분명 하지만 불편할 것입니다. 실제 그로토를 구입한 후 와이프가 함께 캠핑한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이너텐트에서는 셋이 바둥거리고 뒹굴거릴 수 있었지만, 전실에서는 상당히 비좁게 지냈습니다. 


물론 좀 더 넓은 전실 공간을 확보하고 싶다면, 이너 텐트 대신 2인용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럴 거면 차라리 설치하기 쉬운 쉘터를 장만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2. 구김 현상. 많은 텐트에서 나오는 현상이긴 한데, 그로토는 특히 더 구김 현상이 심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파쇄석 위에 놓았을 때 흙먼지가 더 묻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평소 불의, 지저분한 것을 봐도 잘 참는 저도 신경이 쓰이는데 이런 부분에 민감하신 분들에게는 분명 단점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3. 가격.. (미니멀웍스의 가장 큰 문제점)

그로토는 분명 초보 분들이 설치하기 쉬운 텐트는 분명 맞습니다. 하지만 가격만 생각한다면 쉽게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저처럼 눈에 뭐가 씌워서 구입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만일 초보이시라면 매장 또는 캠핑장에서 그로토 텐트를 직접 한 번 보시고 신중하게 결정하기 바랍니다. 


항상 제가 쓰는 리뷰에서 강조하지만, 우리에게 기회비용은 소중합니다. 


정말 솔직히 '그로토를 추천하느냐?'는 질문의 답변입니다. 

_ 하늘에 사무치도록 한이 맺히게 한 철천지 원수 : 초강력 추천

_ 날 차버리고 떠난 첫사랑 : 역시 초강력 추천

_ 한 달에 2번 술 사주는 고마운 친구 : 고민 좀 하고 결정하지. 그래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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