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코인 체인지
지루하던 리옹을 떠나 날 것의 땅으로 향했다. 유럽의 남쪽 도시 중 니스, 모나코와 마르세유, 액상프로방스를 놓고 고민했는데, 결국은 몰타로 향하는 비행기 일정이 맞는 마르세유를 선택하게 되었다. 마르세유 하도 사람들이 치안이 좋지 않다 어두운 저녁 골목길을 조심해라 등 다양한 일화를 많이 말해줘서 겁이 났다. 그래서 숙소는 마르세유 공항이랑 멀지 않은 액상프로방스에 잡고 당일치기 일정으로 마르세유를 구경했다. 리옹에서 바로 넘어온 마르세유! 커다란 짐을 마르세유역 코인라커에 맡겨야 했다. 열심히 한국에서 찾아간 정보대로 코인라커로 향한 뒤. 실수하지 않도록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라커를 잠글 수 있는지 물어보고 나서 차근차근 코인을 집어넣은 뒤 문을 잠갔다. 이번에는 코인에게 삥 뜯기지 않고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버스 티켓을 사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 티켓을 발급받았다. 조심하라는 여행 후기를 많이 읽어서 긴장하면서 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한 것만큼 위험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다른 도시들보다 낙후됐고, 사람들의 삶이 거친 것 같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 괜찮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겁쟁이인 난 낮에만 열심히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마르세유는 옛 느낌이 살아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골목 구석구석 후미진 느낌으로 사진 찍기 좋았다. 지루하던 리옹을 벗어나 마르세유에 도착하니 뭔가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난 평온한 도시보다 거친 땅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바다 처돌이는 항구로 한번 걸어가 보았다. 와! 항구 느낌이 정말 유럽의 항구 같은 느낌이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배가 고파 어플로 근처의 맛집을 찾아보았다. 피쉬 요리 맛집이 그 근처에 있길래 들어가 한 접시 가득 나온 요리를 싹싹 다 먹어치웠다. 평소 입이 짧은데 하루에 3만보 이상 걷게 되는 여행을 하게 되면 대식가가 되어버린다. 배도 든든하니 마르세유의 랜드 마크인 노트르담 성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역시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날 것의 땅이 주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역시 풍경은 적당한 높이에서 바라봐야 제맛이지!" 마르세유 풍경에 감동하고 있을 때 어떤 노부부가 나에게 다가와 자신들의 사진을 찍어 달라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들은 품에 아기를 안고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아기가 아니라 인형을 갓난아기처럼 안고 있었다. 이상했다. 하지만 사진 정도야 찍어 줄 수 있지. 사진 촬영 후 그들을 떠나려 할 때 그들은 나에게 내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카메라를 달라는 손짓을 했다. 카메라를 건네주면 들도 튈 것 같아 얼른 그들에게로부터 벗어났다. 언제나 여행 중 나의 목표는 한국으로 무사 귀한이기에 이상하다 싶으면 의심 가는 모든 것들을 차단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노트르담에서 마르세유를 보았으니 노트르담이 보이는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정말이지 다시는 마르세유 안 올 사람처럼 걸어 다녔다. 그리고는 저 멀리 보이는 마르세유를 가슴으로 담았다. 위험한 동네라지만 아직도 살아있는 그곳의 풍경이 지금도 그립다. 사람들은 각기 다양해서 각자에게 맞는 것 또한 다른데 사람들이 그렇게 위험하고 눈탱이 맞는다는 이곳 마르세유가 나는 좋았다.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땅이었다. 아마도 내가 살던 고향 또한 후미진 곳이라 마르세유의 거침이 거칠지 않음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밤거리는 조심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