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코인 체인지
리옹에서 나는 또 허튼짓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너무 심심했던 리옹! 이럴 줄 알았으면 중세도시로 근교 여행 다녀올걸 그랬다. 리옹에서 사람들이 가보라는 장소는 거의 다 가보았다. 그래서 뭔가 특별한게 없나 싶어 예쁘고 새로운 공원을 찾아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구글 지도를 열심히 보고 있었는데 녹색으로 표시되어있는 새로운 장소가 내 눈에 들어왔다. 리옹 시내 저 끝에 푸른색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공원이라는 말이 쓰여있지 않은 곳. 왠지 마을 사람들은 알지만 공원이라 표시되어 있지 않은 곳이라 생각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뭔가 이상했지만 이날따라 이상함 보다는 궁금증이 더 강했다. 공포영화에서 꼭 가지 말라는 곳에 가서 영화의 서막을 열지 않는가? 그곳에 가기 위해 마을버스를 타고 마지막 정류장에서 하차하였다. 이곳은 정말이지 마을 사람들만 살고 있는 동네였다. 아까 보았던 녹색 표시가 있는 장소로 계속 걸어갔다. 뭔가 이상했지만 이왕 왔으니 목적지까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십 분이 흘렀을까 드디어 그곳에 도착하였다. 알고 보니 이곳은 공동묘지였다. '그래서 지도에 공원이라 쓰여있지 않았구나!‘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어서 볼거리도 없었다. 나는 다시 시내 중심가로 향했다. 근데 아까부터 어떤 남자가 흘끗 쳐다보면서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내가 동양인이라 눈에 띄긴 하지만 너무 많은 시선이 느껴져 겁이 났다. 사실 내가 찾아온 이 동네는 관광객이라고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지역이었다. 이곳에서 난 완벽한 이방인이었다. 가는 방향이 비슷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따라오는 것만 같아 이곳을 빨리 벗어나야 할 것 같았다. 아침에 빌렸던 리옹 시티투어 자전거를 대여하기 위해 기계를 눌러본다. 그곳에는 자전거 한 대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 자전거를 빌리기 위해 번호를 입력해도 자전거의 잠금장치는 해지되지 않았다.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머피의 법칙이었다. 그 사람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순간 자전거 빌리기를 빠르게 포기하고 더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몇 분을 뛰듯이 걸었을까 아까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제야 그 남자는 따라오기를 멈추었다. 그리고 몇십 분을 더 걸어 중심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시내 중심가를 걷다가 또 다른 자전거 대여 장소가 보였다. 그리고 시티투어 자전거를 다시 빌릴 수 있는지 다시 시도해보았다. 아침에 부여 받았던 번호를 기계에 입력하고 자전거 번호를 눌렀다. 그러자 자전거의 잠금장치가 해지되었다. 이 모든 걸 보면 난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시내에 도착해서야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만약 남미의 후미진 골목이었다면 난 바로 총 맞았을지도 모른다. "잘 가시게." 빵 빵 빵 피융~!" 낯선 여행지에서 중심가 아니고서는 호기심이 발동하는 곳은 가지 않기로 해. 꼭 해봐야 포기하는 성향이 있는데 나는 왜 사서 고생을 하는 걸까? 이 일은 집에 도착해서 엄마, 아빠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다음 여행을 못 가게 할까 봐...... 그 후 리옹에서는 시내에서만 관광했다. 마음이 참 평온해지는 시간들이었다. 관광지 밖은 위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