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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원 Nov 05. 2024

도시의 생얼 기획

건축설계를 하다가 부동산 회사에서 건축설계관리업무를 하고 있는 나에게

나중엔 너의 건축(발작버튼)을 하려고 하는 거니, 개발사업을 직접 하려고 하는 거니 질문을 받는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게 집에 가서 일기 쓰는 거 말고는 딱히 대답할게 없다.

그래도 사회 속에서 무언가 길러지고 있을 나의 쓸모는 어필해 놔야겠다는 얕은 근심으로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도시와 건축을 보는 힘을 기르는 중'이라고 써놨었다. 스스로에게 "너는 지금 어떤 힘이 길러지고 있어.'라고 말을 걸어놓는 것이 그저 '건축관리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도면 한 장을 보는 일에도 능력향상을 자각하며 임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십 년 이상을 도시에 살면서 건물을 만드는 일에 관여하고 살고 있으니 아무리 흐린 눈을 하고 있어도 미약한 힘이나마 길러지고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약 700개의 게시글이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 중 하나에는 국내외 도시를 돌아다니며 인상적이었던 장소들을 업로드하고 있다.

변기에 앉아 예전 게시물부터 훑어보고 있으면 혼돈스러운 도시 속에서 내가 뭘 발견했나 특징들이 보인다.

사조가 보이는, 디테일에 천착한, 자본주의적으로 성공할 컨셉이 확실한, 건축가의 시그니처가 보이는, 역사가 있는, 건축상을 받은 건물 등인데

이 모든 걸 종합하면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흔하게 볼 수는 없고 역사, 사조, 건축가, 자본주의적 성공 필터를 눈에 끼고 봐야 보이는 장면들이 된다.


은연중에 정돈되지 않고 컨셉이 없고 이름 있는(?) 건축가가 드러나지 않는 것은 프레임밖으로 배제하고 정말 K적인 것은 안 보았다는 생각을 건축잡지 미로 창간호에서 서재원의 글과 서재원이 [플레이스/서울]에서 인용한 글을 읽으며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스스로가 가진 가능성을 잘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서양건축을 절대적 교과서처럼 배운 건축분야는 더욱 그렇다. 마찬가지로 외국인의 시각에서 본 서울은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싶어 했던 것들을 다른 시각으로 들어내는데, 건축가 피터 W. 페레토는 2015년 출간한 책[플레이스/서울]에서 강산을 배경으로 빽빽이 들어찬 이유 있는 단편들의 초현실적이고 불연속적인 모습들을 일종의 유형으로 분류했다. 이를테면 프로방스풍의 예식장 건물, 타투(간판)로 뒤덮인 입면, 잡종 양식의 교회 그런 것들 말이다. 그는 이러한 서울을 "활기 넘치고, 저돌적이며, 어수선하거나 아니면 따분하고, 궁상맞도록 실용적이거나 아니면 고약하도록 키치적이고, 긍정과 아이러니로 한껏 가득한 것"으로 설명하면서 해외의 다른 도시를 따라갈 생각 말고 서울만의 특별함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법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건축잡지미로 - 정신분열증과 초-참조적 건축)


누군가의 인용을 인용하며 얻어낸 결과로 도시의 생얼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도시의 생얼 - 역사, 사조, 건축가, 자본주의적 성공을 의식하지 않고 바라보니 보이는 모습)

'도시와 건축을 보는 힘을 기르는 중'이라는 문장은 프로필에서 삭제했다.

힘을 빼고 바라보는 일부터 해볼 생각이다.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읽을 책들]

플레이스 서울 - 피터 W. 페레토

파사드서울, 빌라샷시 - 권태훈

잃어버린 한국의 주택들 - 서재원

맨숀, 숨겨진 공간 - 임지은

껍질 매거진 1(아파트), 4(키치)

서울해법 - 김성홍

무엇이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가 - 리처드 윌리엄스

라스베이거스의 교훈 - 로버트 벤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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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순서]

서울구도심

1, 2기 신도시 (중심상업 - 일반상업 - 주거지 순서)

읍, 면 소재지의 중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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