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너무 힘든 한 해였다.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나의 꿈에 대해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졌으며, 그 과정에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쳤던 것 같다. 마음이 흔들리는 시기에 사주를 보러 갔다. 내 미래는 어떤 모습이고, 나는 지금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 무려 세 달의 대기 끝에 방문한 사주집에서 한 시간 동안 고민 상담을 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명쾌한 솔루션 같은 건 없었다. 너는 이런 삶을 살게 될 거야 라는 방향 대신에 다리가 꺾인 기린이 그려진 주역괘가 남았다. 수산건. 건(蹇) 은 절름발이를 뜻하는 한자라고 한다. 사주풀이를 해주시는 분은 내게 당분간 휘청이며 걷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답을 찾으려 하지만 계속해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절망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희망이 깃들어있다고도 했다.
나는 무엇을 기대했을까. 내가 아닌 타자에게 삶의 선택권을 양도한다고 하여 이 책임이 그에게 지워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맥이 탁 풀렸다. 나는 방황하는 지인들에게 자주 사르트르의 문장을 전하곤 한다.
자유는 자신의 실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다.
자유는 책임이라는 생각이, 아 이렇게 멋질 수 없다. 선택하지 않는 삶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이기에 불안을 직면하라는 메세지가 늘 커다란 위로가 된다. 만약 그 역술인이 내 인생의 정답을 알려준다고 했더라도 여전히 나는 불안했을 것이고 의심했을 것이고 휘청였을 것 같다. 사주보다는 사르트르의 문장을 품고 살아가야지.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자기를 기만하지 않으며 정말로 원하는 길을 찾고 선택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이런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