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일어나야 해
어느 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옆자리에 털썩 앉은 그는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대화를 하면서 나는 그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는데, 모두를 뚫어지게 응시하는 눈빛 때문이었다. 그 눈빛이 나를 관통하는 것 같아 조금 민망했지만 그 눈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타투의 의미를 물어보는 것을 좋아한다. 몸에 새길 정도로 생에 의미가 있는 기억이나 가치들이 늘 궁금하다. 그의 오른팔목엔 커다란 황소가 그려져 있었다. 그는 그 황소를 이렇게 설명했다. "삶은 로데오 같은 거야. 넘어져도 일어나야 해." 정말 그 다운 문장이었다. 자신이 우울의 시기를 겪으며 배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나는 내일보다는 어제에 가까운 사람이기에, 무섭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대단하고 조금 부럽기도 하다. 있잖아, 나는 조금 비관적인 사람이야. 그러자 그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조금은 좋은 거라고 대꾸했다.
까미노를 걸으면 콤포스텔라라는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마지막 100km만 걸으면 콤포스텔라를 받을 수 있어서, 그 구간부터는 인증서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진다. 주로 스페인 사람들이며 가족, 교회, 친구들과 함께 걷는 무리여서 길이 북적이고 정신이 없다. 내가 이 구간에 대한 불평을 하자 "그건 싫지만, 이런 것도 인생의 한 부분이지."라고 대답한다.
우리들의 목적지였던 산티아고에서 그는 이렇게 작별인사를 남겼다. 지금은 꼭대기가 아니야. 우리는 더 발전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내가 아는 유일한 것은 이제 나는 준비가 되었다는 거야. 세계를 정복할 준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