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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zemberersten Feb 01. 2024

클레오의 세계 Àma Gloria (2023)

date watched ⎮ January 9, 2024

안경을 쓴 귀여운 여자아이의 포스터를 들고 영화관에 들어갔다.


프랑스인 여자아이 클레오의 아버지는 매우 바쁘다. 그래서 세상을 떠난 엄마와 바쁜 아빠 대신 클레오의 곁에는 언제나 서아프리카의 한 섬에서 온 베이비시터 글로리아가 함께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글로리아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되어 글로리아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혼자 남아 글로리아를 그리워하던 클레오를 위해 클레오의 아빠는 방학 동안 클레오를 글로리아가 있는 섬으로 보내주게 된다. 


사실 글로리아는 이미 큰 딸이 있고, 한창 성장기인 아들이 있는 엄마이기도 했다. 클레오가 함께 섬에 머무는 동안 글로리아의 딸은 아기를 낳고, 그의 아들 세자르는 놀러 온 클레오는 마뜩잖게 여긴다. 자신의 엄마를 뺏어간 프랑스인 여자애가 마음에 들 리가. 더군다가 자신에게는 "친엄마"인 글로리아에게 클레오는 "돈벌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글로리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클레오를 먼저 챙기는 모습에 더욱 아니꼽게 생각하게 된다. 정작 친자식을 두고 돈을 벌기 위해 외국에서 생판 남의 자식을 키우고 온 엄마에게 아들은 자신의 엄마를 빼앗긴 기분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불편하지만 즐겁게 함께 지내던 와중, 글로리아의 딸이 아이를 낳고 돌아와 집에 새로운 아기가 함께 하게 된다. 클레오는 이 아이를 질투하고, 잠깐 잠든 글로리아 옆에 있다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하는 아기에게 다가가 죽으라고, 너 때문에 글로리아가 나를 봐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글로리아가 아기에게 불러주는 자장가를 듣다가 화를 내기도 한다. 그건 내 노래라고 질투하는 클레오에게 글로리아는 노래는 모두의 것이라고 답해준다.


그렇게 점점 클레오는 깨닫는다. 자신에게 글로리아가 전부인 것과는 달리, 글로리아에게는 자신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러나 이는 글로리아가 클레오를 생각하는 마음이 작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린아이인 클레오의 세계는 아직 작고, 그 작은 세계를 가득 채우는 것이 글로리아인 것이라면 어른 글로리아의 세계는 아주 넓고, 그 세계 속 클레오의 부피는 클레오가 글로리아를 생각하는 만큼의 크기인 것이다. 아이는 좋은 어른들을 만나 껴안고 쓰다듬어지면서 자신의 세계를 키워나간다. 


다시 파리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러 가며 글로리아는 클레오에게 이런 말을 해준다. 

"이제 우리는 서로가 없이도 행복해야 해."


고개를 끄덕이던 클레오의 세계는 분명히 더 넓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커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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