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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꼰대 언니 Nov 07. 2022

자유의 불나방

꼰대언니 실업자로...

브런치에 근 2년간 글을 올리지 못했다.

나는 테레비라는 하드웨어를 20년넘게 팔고 마케팅해온 사람인데, 삼성이라는 단단한 울타리를 나온 이 후  소프트웨어쪽으로 어쩌다 보니 명함이 바뀌었고, 프랑스계 기업용 IT 솔루션 회사에서 마케팅을 거처 영업대표로 근무하다, 우연챤게 국내 벤처기업에서 대표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

앱이라고도 하고, SaaS 솔루션이라고 하는 협업 소프트웨어 중소기업에서 150여명의 직원을 이끄는 대표 역할로 지난 2년간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제 꼰대언니는 만 삼십년만에 처음으로 어떤 소속도 없는 완전한 실업자가 되었다.

실업급여로 6개월정도 편하게 살아야지 했건만...직전 직업이 (바지사장이었지만) 대표였던 관계로 나에게는 실업수당이 허락되지 않은 30년 경력의 실업자가 되어버렸다.


올해 12월 11일이면 취업 30주년이 된다. 30주년을 채우지 못했지만 어쨌건 30년 근속을 해낸 나에게 요즘 열심히 상을 주고 있다.

그동안 못다녔던 산천 방방 곡곡을 틈날때 마다 가는 것이다.

글로벌 영업을 한다고 해외에만 다녀봤지 국내 곳곳의 보석을 가까이 하지 못한 나는 이 가을을 완전히 만끽하고 있다. 답장없는 헤드헌터, 비어가는 통장에 잠시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노예근성이라고 표현되는 예스맨으로서 그저 직장의 방향과 전략에 따라 몸을 맡기던 나라는 사람이 갑자기 주어진 무한의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생산성에 집착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그날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날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해내고, 이런 사소한 KPI에 나를 옭아 매려하는 것을 보면 ..습관이 무섭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부자집 행랑채에서 쪽잠자며 쉬지않고 일하던 머슴은, 갑자기 노비문서 찢으며 문밖으로 쫓겨나면서 자신이 가진 자유를 감당하지 못한다.


이제 AI가 대새가 되는 새로운 직업의 세계로 사람은 일생동안 N개의 Job을 가진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N개의 잡을 가질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나는 그저 '회사원'이라는 타이틀 외에는 정말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이제 꼰대 언니는 글을 좀 써보려 한다.

살기위해서! 존재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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