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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꼰대 언니 Apr 09. 2024

제가요? MZ에게 듣고싶지 않은 말 베스트

 일터에서 두바퀴 돈 띠동갑을 만나는 것이 흔한 일이 되어버린지는 한참 되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50명의 입사동기 중 아직도 일을 하는 친구는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 사무실에서, 나만큼 나이든 여자사람은 청소해주시는 여사님 뿐이다. 

안돌아가는 두뇌를 어떻게든 가동하려 애쓰다가 허옇게 세어버린 백발을 감추기 위해 염색 만큼은 사수한다.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기 위해, 수입의 5%이상은 의상에 투자한다.

엑스세대, 신세대, 밀레니얼, MZ (엠제트라고 쓰고 꼭 엠지라고 읽어야하는) 그들의 명칭은 계절처럼 변해왔지만 젊음과 새로움을 익숙한 공간에 맞이하는 일은 항상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그들은, 매년 컴퓨팅 파워를 갱신하는 최신 기기처럼, 어쩌면 그렇게 IT 기기를 쉽게 다루고 새로운 어플을 줄줄 꿰고 있으며, 번역기를 달고 태어났는지 영어는 왜그리 능통한지, 나와는 종이 다른 우세한 유전자 집단이다.


그들에게 잘 보이고 싶고, 함께 어울리고 싶어 최대한 꼰대 소리 안하려고 노력해온 평생이다.

그럼에도 어느날 열어 본 블라인드라는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는 누군가에게 아줌마로 불리어 지고 있었다. 

잘 보이고 싶어서 외적인 모습에 들이는 노력보다, 그들에게 노하우와 경험을 전달해 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어른의 모습과 선배다운 조언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가끔 팀원으로서, 고객으로서, MZ세대를 만나면서 제발 이말 만큼은 그들 입에서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단어들이 있다. 

그 첫번째는 "제가요?"다. 업무를 설명해주거나 부탁하는 자리에서 이 세마디를 들으면 말문이 턱 막혀 버린다. 상명하달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나와 같은 구세대는 감히 입밖에 내본적이 없는 말이다. 우리는 "제가 할게요"로 어색한 침묵을 나서서 타파했던 사람들이었기에 이 말은 커다란 항명이자,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다. 

 20여년전 스위스에서 지점장을 하던 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스위스의 중립국적이고 민주적인 문화때문인지, 어떤 업무를 주더라도 항상 그 배경을 설명해주고 공감대를 얻고나서야 업무를 지시해야했기에 매우 피곤하다는 선배의 넋두리였는데, 우리도 이제는 공감대 형성이 지시를 앞서는 문화로 변한듯하다. 이미 몇몇 동년배들은 MZ을 외국인과 동일시 한다.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들이라 생각하는게 속 편하다나.

제가요? 라는 표현은 그걸 내가 왜 해, 너는 손이 없어? 발이 없어?의 우회적 표현으로 들린다.

업무를 배정하기 전에 충분한 고려를 하였는지 확인의 질문을 던질 지언정,  제가요라는 말을 뱉기전에 상처받을 구세대를 한번만 고려해주면 좋겠다.


두번째는 "수고하세요". 많이 듣는 말이지만, 말의 뉘앙스에 따라 이는 나와 그를 분리하는 말처럼 들린다. 특히나 함께 일하는 팀원에게서는 이 말을 들을 때는 "나는 이 곳을 뜨니, 너는 여길 지키고 수고해줘"라는 말처럼 들린다. 
우리말에서 수고하라거나 고생하셨습니다 류의 말은 윗사람에게 해서는 안되는 표현이다. 그러니 "먼저 퇴근합니다" 라는 담백한 표현이나 "일찍 일어나서 송구합니다"정도의 공감을 얹어 주면 어떨까 싶다.


조금 슬프기도 하지만 MZ이라는 표현 자체가 화두가 되는 것은 그만큼 사무실에서 젊은이를 위한 일자리가 흔하지 않기 때문 아닐까? 해마다 수천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여 부서마다 두세명씩 배정해주던 잘나가던 대기업에서도 신입을 몇년에 한번 받고, 게다가 신입의 자리는 빠르게 경력의 자리로 대체되고 있다.  그렇기에 한사람의 MZ은 그 세대를 대표하는 존재로서 각각의 자리에서 관심을 받게 된다.


이제 코로나를 겪고 졸업하여 입사하는 또다른 세대들은 MZ이란 단어로 표현이 모자랄 있다. 그들은 사이  한층 심오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행동 양식을 보여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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