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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꼰대 언니 Jun 14. 2024

정준영 사건이 떠오르는 넷플릭스 낫원모어 우먼

페미니즘 요소가 강한  스페인 넷플릭스의 성장 드라마

나의 지난 주말은 새로 올라온 넷플릭스의 스페인 드라마 '낫 원모어 우먼' 몰아보기로 갈무리 되었다.

'Ni Una Mas' 라는 스페인어 원제는 더 이상 한사람의 여자도 안된다는 뜻이다.


스페인의 사립고등학교 학생과 그 친구들 주변인물을 그린 드라마로, 주인공 나이가 17세이지만 대부분의 스페인 영화나 드라마처럼 수위가 높아 19금이다. 공전의 히트를 쳤던 스페인 고등학교 배경의 '엘리트들'시리즈와 유사한 수위이다.


주인공 알마와 오랜 절친 그레타와 데사, 세명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로 얽혀 결국 각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자각하고 행동으로 선언하는 성장 드라마로 귀결되는데, 세 주인공의 개성있는 외모와 연기의 흡입력이 대단하다.  무엇보다 이 여자아이들에게 성범죄가 일어난건지, 일어날건지 모호한 암시와 시종일관 죄여오는 서스펜스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20세기 말 한 해를 마드리드에서 보낸 나의 경험을 돌아볼 때,  이 열일곱살 여고생들이 맞닥뜨리는 유혹의 다양한 형태, 마약의 투약과 거래, 동성애, 몰카, 폭력 등은 21세기의 한국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드라마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의 모습이 형상화 된다. 어린 여학생의 불우한 배경을 그루밍의 형태로 접근하고 성적으로 이용하는, 겉과 속이 다른 역사 선생이나, 정준영 무리들이  연상되는  잘 생기고 축구도 공부도 잘 하는 이른 바 교내 엄친아 집단의 집단 성폭력 시도,소셜미디어를 통한  노출의 폭로 등은 최근 몇년 간 드러난 다양한 성폭력의 민낯과 다르지 않다.


다만, 보수적인 환경에서 수면 아래 감추어졌던 성폭력의 모습은, 스페인이라는  성적으로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좀더 교묘하게 강제와 자율의 경계가 모호한 형태로 진화한 모습을 보인다. 데사의  남자친구 알베르토는 집단성폭력 시도에 대해 항의하는 그녀에게 "네가 해보고 싶다했잔아" 라고 책임을 전가한다.   


반면, 이 시대의 롤모델이 될만한 바람직한 남자 사람들도 등장한다. 술취한 여사친의 상황을 이용하여 관계를 맺은 것을 후회하고 사과하는 알마의 남사친 에르난이나, 여자친구의 선택을 존중하고 다가올 이별을 수용하는 알마의 첫사랑이자 그레타의 오빠인 남주도 여성의 성적 의사결정권을 자신의 욕망보다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쩔 수 없이 이 영화와 대칭해 있는 한국 영화 '한공주'가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요즘 다시 인터넷에 회자되고 있는 밀양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에서 피해자 열일곱살의 천우희는 언젠가 자살 시도에 이를 지 모르는 자신을, 스스로 구하기 위하여 수영을 배운다. 결국 피해자를 구할 것은 스스로 밖에 없는 지독한 외로움이 깨름직하고 절망적인 결말이다. 천우희는 젖은 눈으로  묻는다 . '저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요'    최근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이 영화를 나는  다시 볼 엄두가 안난디.

주인공이 용기있게 (설사 자신의 일이 아닐지라도) 성폭력을 만천하에 폭로하는 사이다 결말이 아니더라도  '낫 원모어 우먼' 추천하는 이유는,  아직 보수의 가면을 쓰고 있는 우리 사회보다  한발  앞선  자유로운 환경에서, 불과 열일곱살도 자주적인 판단과 이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성숙함이다.


그나저나  ...영화에서 처럼 마약 진단키트가 어서 상용화되어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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