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마주한 30대.
나의 10대 20대는 온통 남들이 좋아하는 것, 좋아 보이는 것을 찾아 따라 하는 시기였다.
10대 때는 내 핸드폰도 최신이지만, 다른 친구의 핸드폰에 연락이 많이 오면 '핸드폰이 중요한 게 아니구나'를 어렴풋이 알면서도, 괜히 그 핸드폰이 좋아 보여서 갖고 싶었다. 친구가 가진 가방, 지갑이 브랜드면(나 때는 요즘 고등학생들처럼 명품을 쓰진 않았다. 그래봤자 빈폴) 그 브랜드의 물건이 나도 갖고 싶었다.
20대 때는 남들이 좋다는 것을 열심히 따라 했던 것 같다. 대표적으로 화장품도 많이 사고, 명품가방, 명품 스카프, 명품신발도 샀다. 또, 인스타그램에서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딸기를 올려먹는 게 좋아 보이면, 난 크림치즈를 좋아하지 않는단 걸 알면서도 따라먹었다. (그리고 체했다.) 그땐 꼭 물건뿐만 아니라 취향도 있어 보이고 싶었다.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척. 영어와 프랑스어를 잘하는 척. 사실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몰라서 좋아 보이는 걸 좋아한 척한 게 아니었던지.
이제 30대의 중반에 들어서고 이 많은 경험들이 쌓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물론 철원에 살면서, 남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것을 눈으로 볼일이 크게 줄었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니 미니멀라이프가 (상대적으로) 가능해진 게 아닌가 싶다.
물론 태생이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소박한 사람이었다면 좋았겠지만, 10대, 20대 시절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지금 생각하면 아까운 것 투성이지만 20대 초반까지는 집안이 풍족해서 부모님께서 내가 하고 싶은걸 다 하게 해 주셨고, 내가 돈 벌어서 쓴 것들은.. 그 시간이 있었으니 지금의 깨달음이 있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20대 중반부터 미니멀라이프가 너무 하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벌어서 내가 쓰다 보니 소비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후회하는 일이 많아져서인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써봐야 안다.) 지금의 나는 돈을 쓰고 후회하는 일이 적길 바란다. 그래서 물건을 사기 전에 고민을 많이 하고, 이 물건이 최선일지도 고민을 많이 한다. 여전히 명품이 좋고, 비싼 게 좋지만 목적 없이 소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남편이 왜 뭘 이렇게 노력하면서 사냐고 물어봐서, (너같이 태생이 소박한 사람은 모른다고) 구구절절 적어본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