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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톨이 Aug 02. 2016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La Revue가 만난 사람들 - 유행사

어김없이 폭염 주위보가 내려진 더워도 너무 더운 7월의 토요일 오후,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숨이 막히던 이태원에서 그녀들을 만났다. 가만히 서있어도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던 날씨에도 유기견의 생명연장을 위해 오늘도 사람들의 편견과 싸우고 있는 맨디맘과 보미엄마. 자신의 이름보다는 아이들의 엄마로 불리기를 더 원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지금 전한다.

유행사(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는 비영리 단체로 거리 모금, 후원금만으로 유기된 아이들의 생명 연장을 위해 운영되는 단체입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추석이든 크리스마스든 매주 토요일 오후 이태원에서 입양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용산구에서 유기된 아이들은 10일 공고가 지나면 안락사를 당하게 되는데, 그런 아이들의 입양을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그녀들은  2011년 8월 11일에 이태원역 4번 출구에서 처음 캠페인을 시작하였고, 지금도 이태원로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양 캠페인을 열고 있다. 유행사는 순수 비영리 단체로, 모금, 후원금, 바자회 실시로 모아진 기금은 아이들의 호텔링, 병원비, 사료값 등으로 사용하며, 사용한 비용과 후원금은 다음 카페에 내역을 정리해서 올리고 있다. 

캠페인에 참가하는 봉사자들은 본인들이 봉사비 1만 원을 내면서 봉사를 해요. 1만 원으로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고 남은 비용은 아이들을 위해 사용합니다. 제가 총무라서 꼼꼼히 정리해요. 봉사자들은 모두 주중에는 직장이란 전쟁터에서 싸우고, 주말에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기꺼이 인간의 편견과 이기심이 만든 전쟁터에서 싸우죠. 군인들도 총은 나라에서 주는데, 이분들은 총도 직접 사 오시는 분들입니다.


매주 약 20명의 봉사자들이 아침 일찍 모여 임대 중인 창고에서 천막과 케이스를 챙기고, 아이들을 데리고 이태원로로 나온다. 누군가는 전날 마신 과음으로 아직도 한밤중이거나 가족, 연인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을 토요일. 그날을 그녀들은 온전히 유기된 아이들의 입양을 위해 바친다. 오늘도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며.


그녀들은 어쩌다 이런 가시밭길에 발을 들이게 되었을까? 대체 어떤 것이 그녀들을 매주 이곳으로 모이게 하는 것일까?

유기견 보호소 봉사를 하다가 고양시에서 포주가 키우던 다섯 아이들을 구조해서 모두 입양을 보내게 되었는데, 너무 행복한 거예요. 보호소 봉사도 좋지만, 안락사의 위험에 처해있는 아이들을 먼저 구해보자라는 의견이 나왔고, 그날 바로 유기견 입양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죠.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지금도 입양을 간 아이들이 견주와 함께 캠페인 장소에 다시 놀러 왔을 때, 행복해하는 얼굴을 보면 너무나 기쁩니다. 얼굴 표정부터 달라요. 죽음의 그림자가 거쳐진 아이들의 얼굴은 그렇게 환할 수가 없습니다. 그 얼굴 때문에 매주 이곳에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입양을 간 아이들이 견주와 함께 캠페인 장을 다시 찾게 되면 아이들의 반응은 2가지 정도로 나뉜다. 고향에 온 듯이 뛰고, 봉사들에게 꼬리를 흔들며 보고 싶었던 친구들을 만나서 즐거워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사람에 의해 버려진 기억과 상처들이 아직도 남아있어. 또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봉사자들을 피하고 견주의 뒤에 숨는 아이들도 있다. 서운할만한 그녀들이지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젠 사랑을 주는 주인이 있고 그 주인을 믿고 사랑하는 아이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들은 마음으로 낳은 자식들을 입양 보낸다.


그런 그녀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무엇일까? 끝이 없는 유기견의 발생일까? 아님 편견일까? 그녀들은 또다시 이어지는 주인의 무관심과 무책임, 그리고 파양이라고 답한다.

저희는 무조건 입양시키지 않아요. 입양을 원하시는 분들이 오면, 인터뷰도 하고 환경이 어떤지도 알아보죠. 단순히 불쌍하니깐, 키우고 싶어서, 호기심에 입양을 원하시는 분들께는 입양을 시키지 않습니다. 입양은 평생 함께 살아야 할 가족이 생기는 일이잖아요. 책임이 생기는 겁니다. 막중한 책임이.

그런 그녀들을 보고, '너희가 이렇게 어렵게 하니깐 사람들이 입양을 안 하는 거야', '머가 이렇게 어려워 안 해'라는 가시 돋친 말들이 날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에 상처를 받고, 버려진 아이들에겐 파양은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어려운 게 아니다. 까다로운 게 아니다. 상처받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주고, 가족으로 받아 줄 용기 있는 책임감을 보는 것이다. 그녀들이 원하는 건 그것 하나인 것이다.


그런 그녀들에게 힘을 주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가족과 지인들이다. 캠페인을 시작하던 초기에는 건강 상의 이유나 개인적인 시간의 제약들로 활동을 반대했었지만, 캠페인에 참여하지 못해 편치 않은 마음으로 힘들어하는 그녀들을 보며 지금은 그 누구보다 응원을 하고 알아서 토요일엔 약속을 잡지 않거나 같이 캠페인에 동참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다. 이미 유기견의 행복이 삶이 되어버린 그녀들. 그녀들의 에너지는 이미 해피 바이러스로 주변에 전이가 된 것 같다.


그런 그녀들이 원하는 건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이기심을 없앨 수 있을까?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강아지를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일정 교육을 이수하거나, 주기적인 교육을 나라에서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또한 포주, 강아지 농장 등 생명을 장사로 여기며 학대하는 사람들의 처벌을 강화하고 그로 인해 상처받은 아이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버려진 아이들의 끝이 결국 사람으로 인해, 사람들이 만든 제도로 인해 안락사라면 그건 너무 가혹한 것 같아요. 하느님 외에 누구도 남의 생명을 결정할 결정권은 가지지 못했으니까요.


앞으로도 그녀들은 매주 토요일에 이태원에 등장할 것이다. 처음 캠페인을 시작할 때는 유행사 밖에 없는 외로운 싸움이었지만, 지금은 그 뜻을 공감하는 다른 봉사 단체도 함께하기 시작했다. 온몸의 땀구멍에서 땀이 흘러나오는 여름에도, 잠시도 가만히 서있을 수 없을 정도로 추운 겨울에도, 그녀들의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그녀들이 외치는 건 '입양하세요'가 아닌, '책임을 가지세요' 한 마디이다.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책임도 함께 가져가세요.



16년 7월 30일 진행된 인터뷰이며, 유행사의 맨디맘과 보미엄마가 인터뷰에 참여하여 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유행 사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후원금과 물품 후원이 필요합니다.

후원금 전액은 고통받는 아이들의 호텔링 비, 치료비에 사용됩니다.

후원금 보내실 곳 : 국민은행 802001-04-222414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

후원물품은 캠페인 장이나 카페에 글 남겨주시면 됩니다.(http://cafe.daum.net/seekfor-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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