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면서도 한국인이 잘 느끼지 못하는 한국의 좋은 점 5가지
10여 년간의 유럽 생활은 한국과는 다른 삶을 알게 해주었다. 한국보다 불편한 수많은 것들도 함께 말이다.
한국에 살다 보면 당연한 것들이 외국에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소위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에서 조차 그러하다. 생활인으로서 느꼈던 한국이 유럽 국가들에 비교우위가 있는 것들을 적어보았다.
(전적으로 내 경험에 기초한 것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아래 5가지에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
I. 한국 의료서비스는 편리하다.
먼저 종합병원급 병원이 많다. 진료 서비스 수준도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각종 검사기기를 한 병원이 보유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여러 곳의 검진 결과를 받아 주치의에게 가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유럽은 주치의 제도가 발달되어 있는 장점이 있지만, 검사를 받으려면 (검사 장비를 가진) 다른 병원 등으로 가야 한다. 검사부터 진단 결과까지 보통 1시간 내에 끝나는 한국 시스템과는 다르다. 내 생각에 유럽 의료는 질병 치료가 목적이다. 아픈 사람에게 큰 부담 없이 적절한 치료를 해주는데 초점이 맞춰있다. 반면, 한국에선 예방 접종이나 건강 검진 등 예방의학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다. (국민 의료서비스에 대한 기본 철학이 다르다고나 할까?)
유럽 의료 서비스는 대부분 무료이다. 대신 서비스의 질은 그다지 높지 않다. 예약하여도 1~2시간은 기다리기 일수이다. 치과라면 예약 잡기조차 정말 어렵다. 예약에만 몇 달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 당일 담당 의사가 휴가라도 내면, 다시 예약을 잡아야 한다. 위중한 질병에 대해서는 큰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일상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이다.
한국에선 큰 병에 있어 유럽보다 훨씬 돈이 많이 드는 구조이다. 반면, 감기 등 가벼운 증상의 치료에 있어서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
II. 한국은 배달에 관한 한, 어느 나라보다 가장 빠르고 편리하다.
한국의 각종 배달음식, 택배, 퀵 서비스 등은 소비자 입장에선 최고다.
퀵 서비스나 택배의 속도는 감히 비교할 나라가 없을 것이다.
한국인 특유의 조급성을 드러내는 '빨리빨리 문화'와 인구밀도가 높은 상황이 만들어낸 산물이 아닐까?
한국보다 느리게 살아가는 유럽에선 (한국인에 비해) 기다림에 익숙하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거나, 계산하기까지 기다리는 데 불평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한국 식당의 식탁마다 놓인 '벨'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의 결정판이 아닐까 싶다.
III. 안전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도시생활에 있어 안전은 중요한 부분이다.
일상생활에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늘 불안하고 삶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
중부 유럽에 살면 '안전'은 일상적으로 의식하고 살아가야 하는 부분이다.
주차를 하면서 차에 가방이나 지갑을 두고 내리진 않았는지?
(나도 차 유리가 깨지고, 가방을 도난당한 경험이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소지품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관광지나 쇼핑센터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소매치기나 테러의 가능성을 의식해야 한다.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인전을 의식하고 살아야 하는 곳이 유럽이다.
하지만, 한국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느낀다.
'일상적으로 의식해야 하는 조심'의 피곤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서울 생활은 번잡할진 몰라도 위험하진 않다. (다른 세계 대도시에 비해...)
IV. 최초 개설/개통 시 금융 및 통신 서비스가 편리하다. (외국인에게는 어느 나라건 좀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한국에서 첫 개설하는 은행계좌나 통신 설비의 개통에 걸리는 시간은 무척 짧다.
유럽에선 전화 개통이나 은행 계좌 개설에 많은 서류가 필요하다.
또한, 전화나 인터넷의 개통에도 서비스 회사의 기술자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도구를 안 가져오거나, 개통 기사의 방문 일정 연기 등으로 지연되는 일도 있다.
고객보단 통신사나 기사의 일정에 맞춰진 듯한 느낌이 많이 든다.
V. 관공서 서비스가 우수하다.
한국 관공서 서비스는 유럽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신속한 서비스는 물론 친절하기까지 하다.
유럽에서 친절한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는 나라들에서조차, 공무원은 일반적으로 사무적이고 딱딱하다.
최근 서울에서 운전면허증 재발급을 받았는데,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유럽 관공서 서비스에 비교하면 기록적이다. (중부 유럽이라면 며칠 걸릴 일이다.)
관공서 서류를 무인 발급해 주는 기기는 유럽에선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에도 인터넷 서류 발급이 가능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특별한 기계에서 관공서 서류를 발급받는 모습은 유럽에선 좀처럼 상상하기 힘들다.)
이렇듯 한국 사회는 생활이 편리하다.
주관적으로 뽑은 위 5가지 외에도 많은 장점이 있다.
주거 생활의 편리성(대도시 중심가에 쇼핑몰, 금융기관, 마트, 은행, 통신서비스 업체, 심지어 병원 등이 도보 가능한 거리에 모여 있다. 중부 유럽에선 각 일을 보는데 반나절씩 걸린다.), 밤에도 즐길 수 있는 수많은 시설, 질 좋은 수돗물(석회 물이 아님), 공공장소 흡연 금지(비흡연자 입장에서...) 등 셀 수 없이 많다.
세상 어느 사회도 완벽할 수는 없다.
개인의 삶의 질은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