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dney 단기 거주기
지난 4월 한파가 몰아쳤던 캐나다에 이어 7월엔 호주 동부의 겨울을 체험했다. 따뜻한 나라라는 이미지와 달리 겨울의 시드니는 생각보다 추웠다. 7월의 한국보다 지내기는 낫겠지만, 시드니의 전형적인 관광철은 아니다. 무엇보다 해가 오후 5시 전에 져서 깜깜해진다. 밤에 시티에 가서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싫어한다면 호텔 방에 있을 수밖에 없다. 내가 묵은 곳은 시티(바닷가 근처의 도시 중심지)가 아닌 북쪽에 있는 주로 회사들이 많은 동네이다.
높은 빌딩들을 짓는지 여러 곳에 크레인이 올라가고 있다.
시드니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어, 돌아다니기엔 편리했다. Opal카드란 것을 사서, 충전하며 tag만 하면, 지하철이나 버스, 페리까지 탈 수 있다. 타는 시간대와 구간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 선불 충전카드이다. 일요일엔 2.7달러 이상 부과되지 않아, 일요일에 여러 곳을 다닌다면 아주 싼 대중교통 요금이 된다. 하지만, 피크타임 시간대(출퇴근 시간)에 이용한다면 한국보다 요금이 비싼 편이다.
시드니는 시티로 불리는 고층건물들이 즐비한 바닷가 근처가 즐기고 볼 것이 많은 핵심지역이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처럼 한국인이 어찌나 많은지 짧은 거리를 지나가더라도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을 매일 보게 된다. 중국인과 한국인, 인도인 등 아시안이 내가 주로 머물렀던 곳에선 유동 인구의 절반은 넘어 보였다. 영어권 국가는 중국과 한국인이 정말이나 많다. 일본인이 적다는 것은 의외다. 토론토도 그렇고, 시드니도 그렇다. 그건 내가 살았던 유럽 쪽도 마찬가지였다.
호주에 잠깐(한 달) 살아본 나의 느낌은 북미와 아시아가 혼합된 듯한 느낌이다. 유럽의 느낌도 조금은 있지만, 유럽에 오래 살아본 입장에서 보면 아시아 쪽에 더 가깝다. 호주의 크기는 어마어마하다. 지구 상에서 가장 큰 섬이자 대륙이다. 호주는 대륙이지만 섬나라의 특징이 더 많아 보인다. 외부에 배타적이고 겁이 많아 보인다고 표현하는 게 어떨지?(호주 사는 많은 분들이 반감을 가지실지도 모르겠지만....) 청정한 나라를 지향하는지라 외국에서 들여오는 물건이나 농산물(툭히 씨앗 종류 등)에 무척이나 민감하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특별한 영상을 시청하게 되는데(검역과 통관에 대한), 다른 나라보다 엄격하구나 실감하게 된다. 호주산 건강식품이나 농산물이 품질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호주산 건강식품이 꽤나 많이 팔리고 수출되고 있다.
호주에 대한 소개를 한국인 가이드와 홉 앤 호프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듣게 되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크지만 인구가 적다. 그 인구들도 대부분 해변가 도시에 모여 산다. 남한의 78배 크기이다. 유럽의 3배 크기라는 소개가 있다.(생각보다 많이 크다.) 해안선만 3천 Km에 달한다. 전체 면적의 2/3는 강이 없는 메마른 지역으로 90% 땅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 캐나다와 비슷한 구조이다. 브라질에 이어 세계 6위의 국토면적을 자랑한다. 하지만, 호주의 인구에 대해 이야기하면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현재 인구는 2천5백만 명이 넘지 않는다. 국토 면적에 비하면 인구가 많이 적은 편이다. 차라리 동물의 숫자가 더 많다. 양 1억 마리에 소도 2천5백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사실, Outback이라 불리는 오지에 사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3% 미만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인구는 바닷가 도시에 거주하는 것이다. 그리고 호주 인구의 3/4이 40분 이내에 바다에 갈 수 있는 곳에 산다고 한다. 그리고 20명 중 1명은 보트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바다를 삶의 기반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일반 호주인은 바닷가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호주인의 구성은 4명 중 1명은 호주 태생이 아니라고 한다. 전형적인 이민국가인 것이다. 애버리진이라 불리는 호주의 원주민은 4만 전년부터 호주 땅에 살았다고 전해지며, 현재 호주 전체 인구의 2%를 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뉴질랜드와 호주는 영국인 제임스 쿡의 탐험으로 (1771년에 영국으로 돌아가) 유럽에 알려지게 된다.
그가 만든 상세한 해안선 지도는 몇 백 년 동안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1788년 1월 최초 영국 죄수의 유형지로 13척의 배가 도착하며 본격적인 정복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원래는 미국으로 보내려 했으나, 독립전쟁으로 보낼 수 없게 되자, 호주로 보냈다고 한다. 현재의 20% 호주 인구는 이러한 범죄자의 자손으로 이라고 한다. 최근엔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이민자들로 북적인다. 아시아 인구는 대부분 대도시를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다.
이 드넓은 땅 중 좁은 도시에 모여사는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해서 먹고살까? 호주의 핵심산업은 1차 산업과 관광업이다. 넓은 땅에서 나는 천연 자연은 호주 경제를 먹여 살린다. 철광석, 알루미늄, 납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며, 금은 세계 3위이다. 오팔(보석)의 95%를 호주가 생산하다. 깨끗한 자연을 가졌으니, 많은 즐길거리를 만들어 관광업도 번성할 만하다. 하지만 제조업은 별로 없다. 전에 도요타(현재 호주 자동차 판매량 1위로 동남아처럼 일본 자동차가 강세이다.) 등 자동차 3개사의 공장이 있었지만, 비싼 인건비로 채산성이 맞지 않아 모두 철수 해 버렸다. 특이한 점은 이런 자원이 풍분한 나라의 전기, 가스료 등 공공요금이 비싸다는 것이다. 호주는 독일처럼 태양광, 풍력 등 무공해 에너지를 중점적으로 에너지 자원화하여 사용하려는 나라이다.
물가가 비싼 편이다. 체감 물가는 중부 유럽이나 토론토(지난 4월에 한 달간 살았던...) 보다 비쌌다. 특히, 인건비가 높은 편이라 식당, 호텔 등 사람의 서비스가 포함된 물가가 비쌌다. 인구가 적으니 인건비가 비싼 건 당연하겠지만, 그렇다고 최근의 캐나다처럼 많은 이민을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다. 무엇보다 법정 근로시간이 38시간에 불과하다. 한국이 주당 52시간제를 이제 실시하는 것에 비하면 삶의 질 차원에선 확실한 우위에 있다. 체류기간을 한정한 워홀 제도를 부족한 노동력으로 쓰는 것이 아닌가 느껴졌다. 한국에서 오는 젊은 워홀러의 수는 상당해서, 시드니 시내 어디를 가든 보게 된다.
호주의 TV에서 매일 보게 되는 스포츠도 다른 나라와 좀 다르다. 캐나다와 유럽은 하키(아이스하키)가 가장 인기가 있다면, 호주는 그 자리를 오스트렐리안 풋볼(우리나라 럭비와 유사)이 차지하고 있다. 영연방 국가들에서 성행하는 스포츠이다. 요즘엔 8월에 뉴질랜드와 리그가 열린다는 광고가 많이 나온다.
호주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현지에 사는 분들에게 들었는데, 다른 나라와 좀 다른 점들이 있다. 외국인으로 호주에서 교육(공교육 포함)시키는 것은 돈이 많이 들지만 영주권자는 학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 특이하다고 느낀 점은 스쿨버스와 급식이 없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도 "Don't share your food."라고 가르친다고 하니, 위생과 그로 인한 책임에 아주 민감한 것이 현지 학교들의 정책이 아닌가 싶다.
몇 주 지내다 보니 자연과 동물들이 유럽이나 한국과 많이 다르다고 느끼게 된다. 주변의 나무는 유칼립투스가 많다. 코알라가 잎을 먹는 나무 말이다. 호텔 베란다엔 흰 야생 앵무새(Surphur-Crested Cockatoo라고 부름)가 자주 드나든다. 처음엔 신기했는데, 자주 보니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저귀는 새소리라기 보단 꽥꽥거린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듯하다.) 여기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새의 새똥 때문에 빨래를 베란다에서 말리지 못한다고 한다. 여행자의 신기함과 주민의 불편함은 다를 수 있구나 생각했다. 새뿐 아니라 바퀴벌레(바닷가 주변에 흔함)와 쥐 등 불편한 동물들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호주 사람들은 한국인에 비해 너무도 흔한 이 바퀴벌레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곳이 호주라고 생각했다.
내가 겨울철(7월)에 시드니에 와서 그런지 집들이 추위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부분의 집에 에어컨은 있어도 보일러 등 난방설비가 있는 집은 거의 없다고 한다.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비교적 짧은 겨울을 감안하면, 난방기구를 사기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내가 살던 유럽 쪽에 에어컨 있는 집이 거의 없다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 것이다.
생활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하자면, 가장 신기한 생활상의 법률은 술과 관련된 것이다. 마트에서 술을 팔지 않고, 알코올 구입에 대해 엄격한 것은 토론토와 같았다. 시드니도 알코올 판매를 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라이선스가 따기 쉽지 안 하다고 한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술을 파는 업소에서 이미 취한 사람에게 술을 더 팔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궁금했던 것은 취한 정도를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었는데(알코올 츨정기라도 쓰는 줄??) 그냥 술 파는 곳에서 임의적으로 판단한다고 한다.) 2~3차를 즐기는 우리나라 술 꾼들은 시드니가 살기엔 많이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토론토와 마찬가지로 최근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로 가격이 급등했다. 차이나 머니의 힘은 대단하다. 이민자가 많은 세계 어디를 가든 차이나 머니가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