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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awho Jun 23. 2017

선택약정할인 꼼수와 통신사의 엄살


'기본료 폐지'를 중심으로 논란을 거듭해 온 '통신비 인하' 대책이 여러가지 잡다한 내용들의 짬뽕으로 정리되는 모양이다. 그중에서 현재 20%로 되어 있는 선택약정할인폭을 25%로 확대하는 내용을 두고 다시 논란이 뜨겁다. 이통사들은 '헌법 위반'까지 들먹이며 강력반발한다. 


이통사의 주장은 타당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본질적으로는 엄살에 가깝다. 그럼에도 선택약정할인은 통신비 인하의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 자, 따져보자.


이통사들은 정부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행정적 조치로 할인율을 일방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선택약정할인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즉 '단통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제공되는 혜택이다. 이 조항은 '이통사는 이용자가 지원금을 받지않고 서비스 가입할 때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할인 등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정해놨다. 지원금을 안받는 사람들에게는 지원금만큼의 요금할인 혜택을 주라는 거다. 


단통법에서는 이를 전제로 요금할인 혜택의 구체적인 기준은 따로 '미래부장관의 고시'로 정하도록 했다. 이 고시의 이름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혜택 제공 기준'이다. 따라서 '선택약정할인'보다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 더 정확한 명칭이다.


단통법은 2014년 10월에 시행됐다. 처음 선택약정할인율은 12%였다. 5만원짜리 요금제에 1년 또는 2년 동안 가입하면 6천원 깎아준다는거다. 24개월 약정가입하면 14만4천의 할인을 받는다. 당장 지원금을 받고말지 1년 또는 2년에 걸쳐 요금할인을 받으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새로운 제도가 별 호응을 받지 못하자 미래부는 2015년 4월 할인율을 20%로 확대했다. 


지금 20%를 25%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헌법까지 들고와서 강력하게 반발하는 통신사들이 2년 전에는 왜 아무런 반발을 하지 않았을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선택약정할인'의 보다 정확한 명칭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다. 할인율을 정하는 공식은 미래부 고시에 담겨있는데, 여러가지 고려할 항목이 많아 복잡하다.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직전 회계연도 가입자당 월평균 지원금"이다. 작년에 평균적인 지원금이 많았으면 올해 요금할인도 그만큼 많아지는 공식이다. 반대로 지원금이 올해 줄어들었다면 내년의 요금할인폭은 줄어들도록 공식이 설계되어 있다. 


2015년에 미래부가 12%에서 20%로 할인율을 상향했을 때 통신사들이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은 것은 이 정도 할인폭은 2014년도에 통신사들이 평균적으로 뿌린 지원금의 범위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근거가 되는 아주 유의미한 통계를 하나 보자. 2016년 국정감사 때 공개된 통계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통시장의 지원금 현황을 모니터링한 데이터에 의하면 2014년에 이통3사의 지원금은 평균 29만원 수준이었다.2015년엔 22만원으로, 2016년 상반기에는 17만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방통위에 따르면 이 통계는 새로 출시된 주력단말기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입하는 중급 요금제를 기준으로 수집된 사례의 평균치다. 방통위는 그래서 이 데이터를 이통시장의 전체적인 실태와 바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한다. 하지만 저가요금제의 더 적은 지원금과, 고가요금제의 더 많은 지원금을 더하고 뺀다면 평균치는 이 정도에서 수렴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다. 


따라서 이 데이터를 토대로 살펴보면 2015년에 요금할인이 20%가 된 것은 2014년의 지원금 규모에 비해 더 높다고 할 수 없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입하는 중저가 요금제 5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20% 요금 할인은 한 달 1만원, 24개월이면 24만원이다. 2014년 평균지원금 29만원보다 적다. 그러니 12%를 20%로 올린 것은 이통사들에게 아무런 손해도 부담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2년이 더 지나 20%를 다시 25%로 올린다고 하니, 이통사들이 난리법석이다. 물론 통신사들 나름의 이유는 있다. 누차 강조했듯 선택약정할인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다. 그런데 지원금 자체가 단통법 시행 이후 해가 갈수록 급격히 줄어들었다. 


최근에 이르러 주력단말기 중급 요금제의 지원금은 15만원도 되지 않는다. SKT의 데이터요금제 중 중급에 해당하는 '밴드데이터 3.5G(한 달 요금 51,700원)'에 가입하면서 출고가 93만5천원짜리 '갤럭시S8 64G'를 사게 되면 11만원의 공시지원금과 공시지원금의 15%에 해당하는 대리점의 추가지원금 16,500원을 더해 126,500원의 지원금을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선택약정할인을 하게 되면 24개월 동안 248,160원의 요금할인을 받는다. 이통사 입장에선 부담이 두 배 커졌다. '지원금에 상응'하기는커녕 '지원금의 두 배 요금할인'인 된 것이다. 


따라서 오히려 요금할인폭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게 법적으로는 더 타당하다. 통신사들이 선택약정할인 확대에 대해 헌법을 거론하고 행정소송을 들먹이는 '나름'의 이유는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원금에 상응하면서도 요금할인율을 25%로 확대하는 것이 타당한 내용'으로 미래부 고시를 개정하지 못하고, 정부의 권한이라며 25% 확대를 밀어붙인다면 행정소송에서 통신사들이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25%로 할인율을 올리는 것이 통신사들에게 그렇게 큰 부담이 될까?


위에서 예로 든 요금제에 25%의 할인율을 적용하면 한 달에 12,925원, 24개월 동안 310,200원의 요금할인을 받게 된다. 단통법 시행 전인 2014년도 지원금 수준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또 하나, 통신사들은 원래 24개월 등 장기간 동안의 '통신사 약정노예'를 만들기 위한 당근으로 요금할인혜택을 제공해왔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그래서 30만원 정도의 지원금도 받고 요금할인도 받았다. 단통법이 시행된 뒤에도 데이터요금제가 나오기 전에는 24개월 약정으로 가입하면 통신사 자체 요금할인을 받고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도 또 받았다. 그런데, 통신사들이 주력요금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데이터요금제에서는 통신사 자체의 기간 약정 요금할인이 사라졌다. 


지금 25% 선택약정요금할인으로 통신사가 더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을 엄살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LGU+는 이미 다이렉트샵에서 요금할인을 25% 이상 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택약정할인은 통신비 인하의 본질적,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왜 국민들이 통신사의 시혜를 받듯 '할인혜택'을 받아야 하고, 스마트폰을 싸게 살려고 지원금에 매달려야 하나?


통신비가 터무니없이 비싸면 요금을 할인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터무니없는 부분을 뺀 슬림한 요금으로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다. 스마트폰이 말도 안되게 비싸다면, 말이 안되는 거품을 뺀 가격대의 스마트폰을 출시하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다. 


그러자면, 통신비의 원가 구조를 촘촘하게 따져봐야 하고, 스마트폰 역시 제조 원가와 유통 과정의 비용을 세세하게 따져봐야 한다. 통신비 인하는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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